약한 개를 키우며

우리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는, 여러가지로 참 많이 약하다.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에 쉘터에 있었는데… 참 나름대로 힘든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아래 이가 시원치 않고, 많이 빠졌다.
귀도 거의 잘 들리지 않는 것 같고, 눈도 좀 시원찮다.
엉덩이쪽을 만지려고만 하면 민감해지고 긴장하고 심지어는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남자 어른들을 보면 경계하고 무서워한다.
혀는 가운데가 찢어져 있다. 아마 쓰레기통 등에서 뭔가를 먹으려고 하다가 찢어진 것 같다.

게다가 입도 짧아서 먹는 것도 까다롭다.

예전에는 dry 사료만 먹였는데, 그걸 잘 먹지 않아서 최근에는 깡통에 들어있는 고기 요리(?)를 사서 함께 먹인다.

그런데 문제는 얘가 이가 없어서, 먹는게 어려가지로 어렵다.
뭔가를 먹을땐 혀로 핥아서 그걸 입으로 가져가서 먹는데, 다진 고기가 뭉쳐져 있으면 혀로 핥아서 잘 올라오질 않으므로 그걸 먹으려하다가 포기하고 만다.

지난주에는 내가 보다못해 손으로 조금씩 떼서 먹여주었다.
그랬더니 큰 깡통 하나를 다 그 자리에서 먹었다.
이렇게 잘 먹는데, 혼자서 그걸 먹는게 어려워서 잘 못 먹었던 거다.

그저께인가에는,
내가 또 다진 고기 깡통을 따서 밥그릇에 놓았더니,
핥아서 먹으려고 시도를 하다가는 포기하고 내 옆에 와서 앉아 나를 쳐다본다.
또 먹여달라는 거지.

그래서 손으로 또 개 밥을 조금씩 떼어서 입에 넣어 먹여주니 또 잘 먹는다.
이런 빌빌한 개에게 혼자 앉아서 개 밥을 손으로 떠서 먹여주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놀랍다.

빌빌하고 연약한 개를 키우면서,
그 연약함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려 하지만…
연약함을 쉽게 멸시하는 못된 생각에 오염되어있는 나는 그게 쉽지 않다.

2 thoughts on “약한 개를 키우며”

    1. 하하…
      솔직히 저희 개는 많이 잡종이어서, 좀 부족할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개 주인인 저는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개를 잘 돌보는 주인인 것 같지도 않고요 ^^

      다만,
      제가 “이쁘다”는 말씀은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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