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9월 29일 생이시다.
미국이 오늘은 28일 이지만, 한국은 거의 29일이 다 되었다. (as of 5am PDT)

금년 어머니 생신은 희수(喜壽)이다.
멀리서 어머니 희수에 가보지도 못하는 아들이다.

내가 만난 최초의 신앙인이었고,
내가 고등학교를 가면서 집을 떠날때 어머니는 어머니가 읽으시던 성경책을 내게 주셨다.

어릴때부터 나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어릴때 친가쪽에 명절때 가더라도 어른들이 전라도 사투리로 ‘너는 엄마 탁했구나’고 하셨다.
나는 그게 기분 좋았다. ^^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어머니를 정말 잘 닮은 것 같지 않다.

첫째로,
내가 아는 한 가장 지혜로운 분이시다.
자신의 생각, 감정을 앞세우는 것 보다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아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취하신다.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을 처음 읽었을때 나는 그게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에 그 잠언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이 사실은 ‘지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을때…
우리 어머니의 지혜로움이 생각났었다.
나는 참 그렇게 지혜롭지 못한데…

둘째로,
어떤 사람이 100만큼의 능력이 있을때 100만큼 혹은 150만큼 힘을 내어서 살고자 하면 무리가 따르고 힘이 달리고 부작용이 생기곤 한다. (내가 그렇다.)
그런데 어머니는 100만큼의 능력이 있을때 많이 절제하여 50만큼만 나타내며 사시는 것 같은 느낌을 늘 받는다. 그래서 어머니에게서는 안정감이 늘 느껴진다.

셋째로,
어머니는 자신을 변호하려 애를 쓰지 않으신다.
때로는 억울한 것이나 부당한 것을 그냥 삼키신다.
이것 역시 나와는 참 다르다. 나는 늘 억울한 것을 참지 못한다. 나를 어떻게든 변호하려고 방방 뛰면서 무리를 한다.

넷째로,
어머니는 함께 있는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을 탁월하게 잘 하신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있는 사람이 참 괜찮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 사실은 어머니가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하는걸 한참 후에 깨닫게 되곤 한다.
반면에 나는 함께 있는 사람들이 너무 자주 좌절한다. 내가 돋보이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죽곤 한다.

나보고 ‘엄마 탁했다’고 했던 친가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내가 50이 거의 다 되어가면서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어머니는 내가 극복해야하는 내 결정적 character flaw를 다 반대로 장점으로 가지고 계신 분인 것 같다.

어머니 아들로 50년 가까이 살았는데, 어머니로부터 이 좋은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군…

어머니가… 죄송한 마음으로 보고싶다.

4 thoughts on “우리 어머니”

  1. ‘귀하고 귀하다.
    우리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이라는 후렴의 찬송가가 생각납니다.
    저도 희수룰 조금 몇년 남겨두시고, 생신역시 몇일 남겨두신 내가아는 세상의 어느 어머님 보다 훌륭하신 어머님이 계시지만…성경에 관한 부분에서 약간 부럽네요.
    찬송가를 부르며 수많은 찬송시들이 나의 고백들로 바뀌지만 ‘우리 어머님이 들려주시던’에서 살짝 목소리가 줄어들었었는데…. 요 며칠 다시 어머니와 시간 속에 삶에서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품성들을 풀어내어주시는것이 또다른 우리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성경(하나님에 대한 열어 보여주심)이 아닐까 싶네요.
    어.머.님.들.감.사.합.니.다!!!

    1. 정말 그렇죠.
      어머니께 참 감사하고… 나이가 들면서 더 죄송하고… 하여간 그렇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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