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와 철학적 사고

1.
나는 비록 물리학을 전공하지 못했지만, (이론) 물리학을 참 좋아했다.
내가 이론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내가 이론 물리학을 제대로 잘 할만큼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물리학이 정말 재미있어서, 나중에 따로 물리과 학생들이 배우는 교재를 가져다가 혼자서 독학을 하기도 하였다.
대학교 수준의 quantum mechanics는 독학으로 해볼만 했었다.

2.
요즘 Google x (요즘은 그냥 X 라고 부른다)에서 Stanford의 유명한 물리학자 Susskind 교수를 데려다가 10주짜리 quantum mechanics 강의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2~3시간짜리 강의를 매주 하고 있는데…
당연히 그걸 매주 들어갈만큼 시간이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되면 녹음된 강의 video를 조금씩 보면서 나름대로 ‘덕질’을 하고 있다. -.-;
참 재미있다.

3.
특히 quantum physics나 relativity theory 같은 것이 정말 재미있는 이유는, 그것이 대단히 철학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근본적인 view가 그 안에는 담겨 있다.
가령, quantum physics는 현상을 확률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확률로 설명되는 현상이 때로는 가역적이지 않기도 하다.
이게 가만 생각해보면 완전 심오하다.
진짜 철학적이다.

실재로 이 강의 시리즈를 하고 있는 Susskind 교수는, string theory를 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에 따르면 우주가 어떤 다른 ‘실체’로부터 투영된 홀로그램이라고 한다. 참…내…

4.
내가 예전에 물리학을 그렇게 좋아했던 것은, 물리학이 가지는 수학적 정밀성이나 치밀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철학적 함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렇다.
철학을 개뿔도 모르면서, 나름대로 추상적인 논리적 전개를 해보는 것은 즐기고…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내게 남은 거의 유일한 취미생활인듯 하다.

5.
이런 추상적 개념적 사고를 즐기는 사람이, 실리콘 밸리에서 완전 현장에서 뛰는 일을 하면서 일하고 있다.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plan을 짜고, data를 모으고, 그 data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역시 이 일을 때로 즐기는 이유는, 이 일을 통해서 추상적 개념적 사고를 할거리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것을 나는 현장에서 살아내는 이야기가 모여서 하나님 나라의 내러티브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6.
이번 thanksgiving 휴가 기간 동안에는, Google x 에서 한 Susskind 교수의 강의시리즈를 한번 쭉~ 따라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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