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자

예전에 과학상자라는 장난감이 있었다.
꽤 비쌌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언젠가 그걸 부모님이 사 주셨다.

정말 나는 그걸로 뽕을 뽑으며 놀았다.
그걸로 여러가지를 만들어보고, 또 해체하고, 또 만들고…
그러면서 나는 그렇게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뭔가를 뚝딱뚝딱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대학원에 가서 알게 되었다.
실험을 위해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은 정말 재미가 없었다.

대신 나는,
뭔가를 공부하고, 계산하고, 그걸로 이론을 만들어내는게 훨씬 더 재미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실험을 잘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이론을 더 잘하는 사람이었던 거다.

과학상자라는 비싼 장난감 (아마 어머니가 그걸 사주시면서 꽤 투자를 하셨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때문에 내가 공학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몇가지것들이 쌓여서 나는 결국 공학자가 되었다. 말하자면 딱 적성에 맞지 않는…

그럼 나는 왜 그렇게 과학상자가 재미있었을까?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성취감이 좋았던 것 같다.

뭔가를 해내는 성취감은 지금도 역시 내게 매우 중요한 만족감이다.

어제 아주 뜬금없이 과학상자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그거 아직도 팔고 있다!

자칫 자제력을 잃었더라면 하나 살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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