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주인께서,
온 세상의 소망이 되신 분께서,
고통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는 걸까.
교리적으로,
그것이 내 죄를 사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나와 온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기 이전에…
아니, 예수님께서 고통 당하시고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어쩌면,
지금 당장 부활의 영광을 꿈꾸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십자가가의 고난과 부활이 어쨌든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살리시는 방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었을까.
성경에서 믿음이란 매우 관계적 단어이다.
어떤 사상에 대한 지적동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대상에 대한 신뢰, 그 대상에 충성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똑같은 단어를 하나님에 쓰기도 하는데 그때는 그것이 ‘신실함’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러니 하나님의 신실함과 우리의 믿음은 같은 관계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물론 부활의 영광을 믿지만, 승리의 부활을 믿지만,
심지어는 그것이 없더라도 그 고난과 아픔의 십자가 속에서 우리 주님과 함께 가는 것…
그 속에서도 그분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알고,
그 관계에 계속 신실하게 머물러 있는 것.
그것이 믿음이 아니겠나.
그리고 십자가에서 들어난 믿음의 본질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믿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얼마나 고집스럽게 신실하신가 하는 것.
이 고난주간,
영광의 부활은 아직 멀리 있는 듯 한 그 어두움 속에서의 믿음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