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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에스더를 예전에 읽을 때는,
에스더의 멋진 신앙의 결단과 하나님에 대한 충성 뭐 그런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에스더를 읽으면서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일단 에스더의 배경이 완전 시궁창이다. 쓰레기 같은 왕이 있고, 그 왕의 성적 노리개 비슷하게 불려가게 되는 에스더가 있고, 그 와중에 더러운 정치적 권모술수가 있는데 이게 그냥 정권을 잡고 못잡고 하는게 아니고 상대방을 죽여버리는 아주 잔인한 형태.

거기서 에스더는 어쩌면 상황을 주도할 수 없는 약자이고.

다만 거기서,
왕후께서 이처럼 왕후의 자리에 오르신 것이 바로 이런 일 때문인지를 누가 압니까? 라는 모르드개의 말처럼…
상황이 그렇게 풀렸고,
그저 에스더는 그 상황 속에서 reactive하게 반응 했던 것.

물론 에스다가 죽으면 죽으리라… 그렇게 하는 결심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에스더는 자신의 control 밖에 있는 훨씬 더 큰 상황의 전개 속에서,
그저 반응해가며…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간 것.

내가 요즘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힘들까…
나름대로 하나님께 충성되게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뭔가 상황을 control 하려고 하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당연히 상황이, 세상이, 심지어는 내 자신도 내가 control 할 수 없으니…
마음이 무겁고 힘든 것이지.

그저 벌어지는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내 작은 영역에서만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에스더의 모습이 그런 의미에서 내게 등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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