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것에 진심인 민족

미국에 처음 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이 ‘점심시간’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조금 했던 내게 점심시간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우루루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고, 그 후에 커피 한잔 하면서, 일부는 담배 한대 피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자리에 와서 잠깐 낮잠을 자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잠깐 직장에서 ‘신우회’라는 것에도 참여했었는데, 그 신우회 모임도 점심시간에 하기도 했고, 또 역시 직장에서 성경공부 모임을 따로 만들어서 한적도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그 성경공부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만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미국은 점심시간이 없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더 긴 내게 이제는 그것이 훨씬 익숙하다.

최근,
함께 일하는 한국의 어느 회사 사람들이 미국 LA 쪽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고, 나도 당일치기로 잠깐 그 사람들과 LA 부근에서 만나서 함께 다른 곳을 방문하는 일정을 짜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가야하는 곳은 LA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나는 그것을 organize하는 분에게,
호텔을 그곳에 잡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침에 일찍 그쪽에서 미팅을 함께 하고 오후에 다시 Bay area로 돌아올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하는 것을 고려해서 숙소를 LA 코리아 타운으로 잡았다고 했다.

음….잠깐 당혹스러웠다.
아니, 밥먹는 것 때문에 1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문화속에 25년 넘게 살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문화에서 그보다 더 오래 살면서 그 문화를 잊은 것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많이 먹어서 고민인 내게 아직도 전화할때마다,
밥 잘 먹는 걸 걱정하신다.
참…. 밥먹는게 중요한 민족이다.

욥기


주말에 youtube feed에 떠서 욥기에 대해 설명한 video(들)을 보았다.

우선 첫번째 본 비디오.
욥은 ‘자기 의'(self righteousness) 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다루어내시는 하나님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채널에서는 보통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자들을 인용하면서 설명하곤 하는데, 이 비디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일종의 ‘설교’에 가까운 비디오였다.
그렇지만 들으면서 수긍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자기 의'(self righteousness)라는 것을 중심으로 접근한 이런 설명을 과연 유대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 급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냥 역시 youtube에서 찾으니 다음의 비디오가 나왔다.
이 비디오에서는 욥은 대답을 구했으나, 욥이 찾은 것은 하나님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이 Rabbi가 어떤 정도의 입장을 가진 분인지 잘 모른다. 대충 찾아보니 orthodox Jew라고 써 있는 것 같던데…

사실 요즘 이 두 가지의 고난에 대한 접근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고 있다.
하고 있는 성경공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나는 이 두가지를 놓고 주말에 생각을 해보면서는….
논리적으로는 InspiringPhilosophy의 설명이 더 좋은 것 같은데,
감성적으로는 Rabbi Breitowitz의 설명이 더 좋은 것 같다.

공부가 부족함…

그냥 내게는 구약이 더 어렵다.ㅠㅠ
당연히 나 같은 비전문가에게 신약이건 구약이건 간에 당연히 쉬운것은 없겠지만,
특히 구약은 조금 더 힘들다.

도대체 어떤 본문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을 찾는 것도 더 힘들고,
그냥 조각조각 짧은 본문을 가지고 얕은 윤리책 정도로 읽어내는 것은 영 마음에 차지 않고…

사무엘서를 그래서 꽤 끙끙거리며 읽고 있는 중이다. ㅠㅠ
그냥 아는 것도 부족하고,
내 삶이 깊지도 못하니…
그 말씀이 그저 별 생각없는 글들로 휘리릭 지나가고 있는 듯.

하나님에 대한 기대?

하나님께서 상황을 해결해주실 것이라는 기대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일까.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을 해결하시지 않더라도 그분이 선하신 분이라는 것이 참된 믿음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께서 내 외침을 지금 당장 듣지 않으시더라도,
그래도 그분이 옳다.
그리고 그분은 선한 목자이시다.

이런게 믿음이라는 거다.

오랜 신앙의 경험과 연륜을 거쳤을때,
결국 그런 신앙이 남게되는 삶을 살아가게 되길…

Floating Christians

2022년 4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장통합/기아대책/목회데이터연구소, ‘코로나19이후 한국교회 추적조사 (개신교인 4차))

전체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중 57.4%가 현장예배를 드리고, 42.6%가 온라인예배 혹은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중 거의 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2개교회 이상의 온라인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이 사람들을 floating christian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온라인에서 하는 신앙생활에대해 40% 정도가 수용적이라고 한다.

대개 목회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실과, 성도들이 이야기하는 현실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하는 것은 당연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이렇게 바뀌는 것에 빠릿빠릿하게 교회들이 잘 적응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교회 리더들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렇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자신들이 믿고 추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좀 던져보면 좋겠다.

금속활자로 번역성경이 마구 프린트되어 대중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라틴어 성경만이 진짜라고 우기는 건 신실함이 아니라 똥고집이었던 거다.
신학적 무지에서 비롯된 똥고집.

바뀌는 세상때문에,
이전에 당연하게 여기던것을 한번 의심해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다고 우기고 있던 것이 있는지… 그런 생각을 좀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교회 지도자들은 그런정도의 생각도 해보려하지 않는 것 같다.

찬송가

그래도 나는 찬송가를 예배시간에 많이 부르며 자랐던 세대이니까…
그야말로 단순히 머리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너머 마음 속에 들어와 있는 찬송가들이 많이 있다.

한국에서 소위 ‘경배와 찬양’이라는 것이 막 뜨기 시작한 것이 내가 대학 시절이었고,
그때 아주 소수의 ‘찬양사역자’가 음반을 내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러나 그때도 주일예배시간에는 대부분 찬송가를 불렀고, 청년부 모임 같은 것을 하더라도 ‘복음성가’와 ‘찬송가’를 섞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아마도 내가 찬송가를 마음에 담고 자란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찬송가를 듣고, 그것을 흥얼거리는 일들이 참 많다.
어떤 찬송가는 들으면서…아… 이건 그때 들을땐 참 좋았는데 지금 들어보니 신학적으로 좀 동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고,
어떤 찬송가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 마음을 울리는 것들도 있다.

요즘 계속 들으며 마음에 공명을 갖게되는 찬송가는 이것.
혼자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게 되기도 하고, 다시 혼자서 마음을 가다듬고 뭔가 결심을 하게 되기도 하고…

가을, 주말

1.
주말을 집에서 보낸 것이 한달만에 처음이었다.
사실 9월 3일에 출장에서 돌아왔으니 그 주말을 집에서 보내긴 했지만, 그때는 시차 때문에 그냥 주말에 계속 해롱해롱했으니…

정말 오랜만에 내 office 공간을 대폭 정리했다.
잘 쓰지 않는 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일부 버리고, 일부는 recycle하고…
약간의 수납 box들을 사용해서 자주 쓰지 않는 것들을 분류해서 넣기도 하고.

토요일 오전 전체를 할애해서 나름대로 꽤 큰 정리를 했다.
음… 그러나 여전히 내 책상은 꽤 지저분한 편 ㅠㅠ

2.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을이 되었다는 표시가…
아침 저녁으로 구름이 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 저녁에는 하늘이 약간 잿빛이 된다.
물론 기온이 약간 더 떨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창밖을 보니, 정말 여기도 가을이긴 하다.

3.
지난 주말,
성경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준 사람들의 상황이 마음에 무겁게 남아있다.
주말에… 성경공부 그룹 3개를 이틀동안 하는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이 든다.
각 그룹에서 나누어지는 이야기도 많이 다르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소화해가며 대화를 하는 노력에는 꽤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렇지만 성경공부 시간에 나누어진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래도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사람된 구실을 하면서 사는 것이겠구나 싶다.

Being fluent

나는 학교 다닐때 영어를 아주 뛰어나게 잘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뭐 문법은 빠삭하게 잘 알고 있었다. ㅎㅎ
성문종합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으니…

그러나,
미국에서 와서 공부했던 첫학기, 나는 옆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말 한마디 건네볼 정도의 영어실력도 되지 않았다.
그저 강의 이해하고, 숙제 해서 낼 수 있는 정도.

영어를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문법도 잘 알았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했던 것.

예전에 학교 다닐때,
강의하는 내용을 잘 알고 계신 선생님/교수님들이 계셨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분명히 그 내용을 유창하게 다루어내지는 못하셨다.

교회에서도…
어떤 목사님은 내용을 알고 설교하시는 분들이 있고,
그 내용을 유창하게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다.

안다고 그것을 유창하게 다루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는 아주 큰 간극이 있다.

삶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

그리스도인의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건 참 건강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삶이 중요하다는 강조가 자칫,
기독교를 삶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삶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할때에는,
삶이 신앙의 영역 밖에 있을 때, 삶과 신앙이 분리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지,
기독교를 자신의 작은 삶의 영역 속에 가두어 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독교를 자신의 작은 삶의 영역 속에 가두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 삶에 대한 시각을 상대화시키면서 너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강조해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중요하다,
성경말씀 더 아는 것 보다 삶이 중요하다… 는 식의 이야기가 자칫…
자기중심적인 이들의 자기중심성을 강화시켜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쉽다.

mixed messages

8월 말에 Moderna와 Pfizer의 Bivalent COVID-19 백신이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 (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받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아직도 이게 긴급사용승인을 해야할만한 상황인건가?
사실상 pandemic이 끝났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고, 실제로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FDA를 긴급사용승인을 해준 것.

내가 보기엔,
지금 이 상황을 정확하게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보인다.

Biden대통령은 pandemic이 끝났다고 이야기했는데,
(물론 그것이 비전문가의 정치적 수사였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 Biden 정부 하에서 FDA는 EUA를 내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