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인간관계?

인간관계 중에서는,
어머니와 어린 자식이라던가, 선생님과 제자와 같은, 매우 그 관계가 분명하게 이미 설정되어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와는 달리 관계 설정 자체가 분명히 규정되어있지 않아서, 함께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관계 라던가, 부부관계도 이런 성격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와 어린 자식의 관계는,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그 자녀를 품고 키우는 관계이다.
자녀는 대부분 어머니의 그 일방적인 사랑 안에서 그 일방적인 사랑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안에서 안주할 뿐이다.

그렇지만, 친구 사이에서는,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호혜를 베푸는 식으로 관계 설정이 쉽게 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dynamics 속에서, 때로 오랜 세월을 걸치면서 관계가 설정되게 된다.
함께 음식점을 갈때는, 누가 주도를 한다거나, 누가 누구에게 좀 더 격려를 많이 해 준다던가 하는 것과 같은.
그렇지만 이런 설정이 반드시 영구적일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관계설정을 하려 한다면…
혹은 같은 방식으로 관계설정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건강한 것일까?

가령,
누구를 만나든지 그 사람을 돌보아주게 되는 관계로 설정이 되어서,
그 사람 주변에는 그 사람이 돌보아주어야 하는 사람만 수십명이 있게 된다면?

나는,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천편일률적이다.
(물론,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내가 도움을 받는 쪽이기 보다는 주는 쪽인 경향이 있고,
조언을 받기 보다는 조언을 주는 경향,
lead를 받기 보다는 lead 하는 경향
등등이 드러난다.

그런데,
때로는 이게 좀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우리 회사에서…
내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대부분 (심지어는 직장 상사를 포함해서) 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의 관계설정을 하고 있는 나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것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다…)

어제,
지쳐있는 우리 lab director를 한참 격려해주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연, 내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문득 몰려오는 것을 경험했다.

2 thoughts on “치우친 인간관계?”

  1. 저도 비슷한 생각들… 아니..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남을 위로해 줄 수는 있지만, 남에게 위로받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그게 다 제 자신이 아직도 겸손하지 못하고, 제 자신의 실패나 약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교회나 사회에서 (가장 쉽게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말씀드리면) 모두 잘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에 대한 결론은, 아직도 하나님 앞에서 내가 잘 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과, 주위 사람이나 사회를 변화시키는것이 말씀과 하나님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모습에 있는 것이라는 착각속에 사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오시면,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되시면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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