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태계? 쉽지 않을 것 같다…

복음주의 운동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소위 ’87년형 복음주의’.

그건, 4인방 복음주의 목회자들, 학생 선교단체, 해외 선교단체, 기독교 사회운동, 게다가 기독교 기업까지… 

그렇게 여러 body가 함께 어울어져 만들어낸, 한국의 복음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볼때,

그 시대는 정말 대단했다.

회심자는 늘어났고, 교회는 성장했고, 복음의 가치는 세상을 정복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복음주의의 산물로 생겨난 여러 사람들이 각종 사회운동, 통일운동 등등에 헌신하는 것도 보았고,

복음의 가치로 견고해 보이던 세상의 악한 고리를 끊어내는 성과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태계가 시효를 다했고, 새로운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나는 그 진단에는 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런데,

그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생각에,

87년형 복음주의 생태계와,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생태계가 처한 상황은 대단히 다르다.

80년대에는,

소위 ‘복음적 가치’라고 여겨졌던 정의, 정직, 윤리 등등의 가치가 세상에서 환영을 받았다.

뭐랄까…. 세상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정직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어. 나도 그 일부로 살 수 밖에 없고. 그러나 이건 아니야. 이건 잘못이야. 누가 이 고리를 좀 끊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때 등장한 한국판 신복음주의는,

사람들의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신복음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세상에서 환영받을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복음이 맞닥드리고 있는 세상에서는…

복음이 이야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내 생각에,

지금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어그러져 있는 것은…

결국은 물신주의, 성공주의, 쾌락주의 등등이다.

그리고 복음은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극복해내는 voice를 내어야 하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대안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물신주의, 성공주의 등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거나 그것에 대해 충분히 회의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만일 복음이 세상을 향해,

돈이 주인 되는 세상,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은 잘못된 세상이다 라고 외쳤을때,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물신주의, 성공주의등의 폐혜가 더 드러나고,

그 상처가 더 많이 깊어지면,

결국 세상도, 세상의 대중도 그것을 뒤늦게(?) 깨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 그런 새로운 흐름이 생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또한,

80년대, 정의, 정직, 윤리 등의 개념은, 사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개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과연 기독교인들이, 소위 복음주의 진영에서, 물신주의, 성공주의, 자기 중심주의 등등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적'(enemy)로 identify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적으로 identify할 능력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조금더 suffering 하는 시대를 거쳐서…

세상도, 교회도, 더 성찰하고 꺠달은 후에 모멘텀이 생길 수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최소한, 지금은 아직 그런 흐름이 크게 형성되기엔 어려운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새로운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macro eco-system이 아니라, micro eco-system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새로운 생태계를 생각할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한편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흐름을 만드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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