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에 의존하는 두려움

나는 일반적으로 ‘준비’를 꽤 열심히 하는 편이다.
미리 미리 하는걸 좋아한다. 그건 내가 일반적으로 두려움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령 회사에서 일을 할때는 몇년후에 일어날수 있는 일들을 미리 예상해서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는 일들을 할때도 많다.
이걸 de-risking이라고 하는데, 이런 de-risking을 나는 좀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Christian ministry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그게 잘 안되거나, 그게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심지어 나는 ‘설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내용을 준비해 가지만, 실제로 듣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기 전 까지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이야기해야하는지 하는 것이 정해지기 어렵다.

기도모임을 인도하는 것도 비슷하다. 때로 기도모임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기도요청이 그야말로 럭비공 튀듯이 튈때가 있다.
그건 그 현장에서만 다루어 낼 수 있는 일이다.

이게 어떤건 그냥 ‘순발력’이라는 개인기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말 어떤땐 하나님께서 도와주신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을 지나서 돌이켜보면, ‘아니 그때는 내가 그런 얘기를 다 했었네’ ‘그때는 이런 글을 썼구나’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기도할 수 있었을까’ 등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게 그 순간뿐 아니라, 가령 어떤 설교를 준비할때에도, 어떤때는 그야말로 생각과 말씀이 쏟아져들어올때가 있다. 그러면 대부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쏟아져 들어온 생각들을 설교라는 세팅에서 다 풀어내지 못하곤 한다.

아, 물론 늘 그런건 아니다. 그럴때가 있다는 거다.

Christian ministry를 하면서 나는 그렇게 ‘순발력’이라고 표현할수도 있고, 또는 ‘영감’이라고 표현할수도 있는 것에 의존하여 일하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만일 상황에 닥쳤는데 그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고?
그래서 나는 대개 과하게 준비를 할때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과하게 준비를 하더라도 늘 ‘승부수’는 순발력/영감으로 부터 비롯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열심히 치밀하게 준비한 것을 다 쏟아 부어도, 아… 이건 뭐 그냥 내가 열심히 한거구나… 그렇게 생각될때가 있고,
어떤땐 그냥 그야말로 ‘튀어나온’ 어떤 말이나 생각이 듣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내 성품으로 보면 나는 순발력/영감에 의존하여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님보다는 나를 더 신뢰한다.
그렇지만 결국 어떤 상황에 닥치면 내가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하나님께서 해주셔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많이 하게 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숫군의 경성함이 허사”이기 때문이다.

KOSTA를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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