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갓 지났을때, 추운 기숙사 책상에서 혼자 성경을 읽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니, 도대체… 정말 이런게 기독교란 말인가!
나는 엄청 충격에 빠졌었다.
그 복음을 내것으로 받아들이고, 큰 변화를 겪으며…
아, 이런 추세라면 내가 40살, 50살, 60살쯤 되어서는 정말 성숙하고 훌륭한 크리스천이 되어 있겠구나.
그때쯤 되면 내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대의 꿈과 예상이 허황된 것이었을까.
그때, 까마득하게만 보이던 40대 중반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형편없는 사람이다.
20대에,
열정으로 불타는 자아가 너무 강하게 살아있어,
‘그리스도 안에서 십자가에 못박혔나니’라는 바울의 고백이 언제나 내게도 이루어 질까… 하는 갈망으로 살면서도,
앞으로 20-30년 후에는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해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었는데…
지금 나를 보면…
참… 아직도 멀었다.
내 삶의 control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하고,
사랑과 자존심의 갈래에서 늘 자존심을 선택하고,
고집이 날로 갈수록 강해져서 이제는 나를 갉아먹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고,
미래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고백하지만 늘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간에 대한, 혹은 좀 더 좁게는, 나 자신에 대한 젊은 시절의 낙관론을 접고,
죄인 이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죄에 대한 인식의 깊이가 깊어지다보니,
비판의 날을 강하게 세우는 것도 그저 부끄럽게만 여겨지고,
예전같으면 몇년씩 미워했을 사람을 향해서도 그래…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여유는 생기게 된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언젠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것 같이’ 우리 주님을 보게될 그 때,
그래서 지금의 어그러진 모습으로부터 훨씬 자유롭게 될 그 때에 대한 소망이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사순절에 해볼만한 40대의 묵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