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와 일상

기독교는 순교의 종교이다.
특히 신약성경이 쓰여지던 당시에는 이미 박해와 순교가 시작되고 있었고, 신약성경에는 그 순교에 대한 이야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나는 신앙의 일상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나는 그 신앙의 일상성이라는 모토가 내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일반적으로 신앙의 일상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왜냐하면 신앙의 일상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앙을 상수로, 일상을 변수로 놓고 방정식을 푸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변수로, 일상을 상수로 놓고 방정식을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히 일상을 긍정하고, 이미 형성된 일상에 신앙을 녹여보려는 시도를 한다.

나는 묻고 싶다.
그런 신앙과 순교의 신앙은 과연 병립가능한 것인가?

당연히 모든 사람이 순교자가 될 필요는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의 연장이 순교라는 논리적 전개가 불가능하다면,
나의 일상은, 그리고 나의 신앙은 변질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