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는것

나는 내 외모가 내 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일이 없다.
가령 배우가 된다던가, 모델이 된다던가 하는.
그래서 그런 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나라면 참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결국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를 막을 수는 없고,
결국 젊음을 잃어가면서 내가 내세울만한 것이 점점 없어져 간다는 절망감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수학의 노벨상이라 여겨지는 필즈상은, 40세 미만이어야만 받을 수 있다.
40세가 넘으면 더 이상 새로운 수학의 이론을 낼만한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실제로 수학이나 이론 물리학의 어떤 분야는, 박사과정 혹은 박사과정후 몇년동안의 연구 결과가 평생을 거쳐 최고의 연구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최고의 두뇌 기능이 되지 않을 때는 예전과 같은 연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일 거다.

내가 그런 분야의 학자라면,
역시 나는 참 많이 힘들어 했을 것 같다.

지금 살아가는 양식은 어떠한가?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어쨌든 최고치를 지난 것 같다.
기억력도 예전같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더 더디다.
다만, ‘domain knowledge’라고 하는 전문지식이 늘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 더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럭저럭 살아남아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을 읽고 공부해도 예전과 같이 빠릿빠릿하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데에도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지구력도 많이 떨어졌다.
다만, 쌓여진 지식과 조금은 더 쌓인 지혜가 있어서,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깨닫지 못할 것들을 새롭게 깨닫게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더 나아지는 것은, ‘지혜’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지혜로워져서 조금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된것.

그런데… 결국에는…
이런 지혜도 점점 내 두뇌의 활동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일들이 더 많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평생을 거쳐서 ‘the best is yet to come’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내 성품인것 같다.

노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젊음의 생기로움이 없어지고, 두뇌활동이 더디어 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건강도 잃고, 그나마 지혜로운 판단력도 흐려지게되더라도….

평생 그리스도와 동행하면서 내게 남게되는 ‘성품’은 결국 내가 죽는날까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모습으로 살 수 있다.

참 다행이다.
내 가장 큰 소망이,
내 외모도, 내 총명함도, 내 지식도, 내 지혜도, 내 육체도 아닌…
내 성품이라는 것이.

매일 조금씩 더 주님 닮으며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