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ght to disconnect

지난주 월요일에 하루 휴가를 내고 좀 잠적해있으려 했다.
그러나 주일 저녁부터 울려대는 notification과 월요일 오전에도 계속 밀려드는 요청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것들에 답을 해주어야 했었다.

어떤 것들은 아주 간단히 답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열어서 뭔가를 해야만하는 것들이거나, 나도 좀 복잡한 생각을 해야하는 것들이어서 쉽게 답을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하루쯤 쉬어보겠다고 해도 실제로 쌈빡~하게 쉬기가 어렵긴 하다.

하는 project가 얼마나 급하게 돌아가고 있느냐 하는 것에 따라서는, 한밤중이나 주말에 서로 이렇게 온라인으로 대화를 주고 받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때도 많이 있다.

요즘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 독일, 그리고 가끔 일본, 그리고 아주 가끔 한국… 이렇게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간대에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일하는 시간 외에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에는, 이스라엘-일본-캘리포니아 이렇게 세곳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에 conference call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내 시간으로는 아주 이른 아침이나 (7am 정도), 아주 늦은 저녁 (11pm 정도)에 conference call을 setup 해야만 했었다.

나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 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현실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늘 전화를 붙들고 살도록 요구받지는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하기되긴 한다.

내게도 disconnect할 수 있는 권리를…

(한가지 사족은, 절대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다. 적어도 요즘은 그렇다. 집에서 일하면서 낮에는 다소 flexible하게 시간을 쓸때도 꽤 있다!)

자기중심성

자기중심성이라고 하면 자신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대부분 교만하고, 자신에 대한 과장하기 좋아하고, 그래서 약간 재수없는(?) 모습을 그리기 쉽다.

그렇지만,
자신을 심하게 높이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과 함께, 심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심하게 낮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을 늘 비하하고, 자신에대한 건강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움츠려들고, 늘 자신없어 하는 것.

이런 사람도 역시 결국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의 중심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을 보고, 너는 왜 그 따위냐고 꾸짖는다고 그 사람의 낮은 자존감이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의 낮은 자존감은 그렇게 하면 더 낮아지고 그 사람은 동굴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자신을 바라보는것보다 더 가치있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바라보며 움츠려있지 말고 고개를 뻣뻣이 들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바,
그리스도의 복음만큼 이것에 더 powerful한 것은 없다.

I’m not a robot

이게 아마도 로봇이 혼자서 이걸 한것은 아닐테고,
사람이 조종을 해서 한 것이겠지만…
I’m not a robot 이라는 box를 로봇이 클릭을 하는 것은 …

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주체가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작업인건데,
적어도 이 영상에서는 사람이 아닌 주체가 그 웹사이트를 접속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영어로 check all the boxes 라는 표현이 있다.
적어도 객관적인 조건으로는 어떤 대상이나 사람이 자격이 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때로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에 있어서도 ‘checking all the boxes’를 하고 있지만,
막상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아닌 것 같다는 암담한 생각을 갖게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마치 I’m not a robot이라는 박스를 로봇이 클릭을 하는 것과 같은.

Laptop

회사용으로 컴퓨터가 3대가 있다.
하나는 16인치 맥북 프로 (i7), 다른 하나는 13인치 맥북 프로 (i7), 그리고 회사에서 쓰는 desktop이다. (이건 Xeon processor가 들어간 무지하게 빠른 놈이다.)

laptop은 3000불 이상씩 하는 높은 스펙이고, desktop은 그것보다도 더 비싼것이다. 회사 desktop은 절대로 버벅거리는 일이 없다. 뭘 하든 완전 번개같다.

원하면 2년 주기로 컴퓨터를 바꾸어준다. 그런데 워낙 다들 빠른 것들이어서 복잡한 계산을 컴퓨터로 하지 않는 나는 그렇게 자주 바꿀 필요가 없다. 이중 제일 오래된 것은 desktop 컴퓨터인데 느리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반면,
내가 개인용으로 쓰고 있는 laptop이 하나 있다.
이건 2년반전 thanksgiving black Friday sale할때 600불주고 산 Lenovo laptop이다.
이것도 아주 스펙이 떨어지는건 아닌데, 그래도 살짝 좀 뭔가 무거운 작업을 해보려고 하면 당장 힘들어 한다.

그래서 금년이 지나기 전에 내 개인용 laptop을 바꿀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을 해보니,
지금 laptop이 조금 느리긴 하지만 못쓸 정도는 전혀 아니다.
나야 뭐 무슨 거창한 게임 그런거 안하니까, laptop이 제일 무거운 작업을 하는건 zoom meeting이나 그 후에 영상 encoding 정도이다.

나는 그럼 왜 이렇게 멀쩡한 laptop을 바꾸겠다고 생각을 했을까?
이건 펄펄 날아다니는 회사용 컴퓨터를 쓰다가 내 개인 컴퓨터를 쓰니 살짝 느리다고 느껴지기 때문인거다.

…..

내가 다니는 회사는 부자 회사다. 회사가 돈이 많다. 그래서 일 많이 하라고 비싼 컴퓨터를 팍팍 사준다. 그래서 나도 그 비싼 컴퓨터가지고 일 열심히 한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회사처럼 부자는 아니다.
회사에서 사주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가 내 개인용으로 필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내 컴퓨터가 버벅거린다고 생각하는건 일종의 착시인거다.

생각해보면 이런식의 착시는 내가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매우 자주 경험한다.

나는 회사 출장갈때 비행기 businss class를 탈때가 꽤 많은데,
내 개인적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할때는 사실 꿈도 꾸어보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때는 10불이라도 더 싼 비행기표를 구하려고 인터넷 서치를 한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좋은 커피,
회사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료수,
회사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이것들은 내가 늘 그것들을 즐기면서 살만한 정도는 못되는 거다.

그냥 회사가 돈이 많으니까 내가 그걸 즐길 수 있는 행운이 있게 된거지.

대학원 다니던 시절, 그리고 이곳 bay area에 와서 처음 몇년동안도,
점심식사로 3불 이상 돈 쓰는게 아까워서 아주값싼 샌드위치를 매일 내가 도시락으로 싸가지고 다녔다. 커피를 사서 마시는건 정말 아주 어쩌다 한번씩 누려볼 수 있는 사치였고.

어느덧 그냥 부자회사, 부자동네에 살다보니…
마치 내가 그렇게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속에 살고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어디 나만 그렇겠나. 같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러니 나도 그걸 그냥 그렇게 당연히 여기고 있는 것이겠지.

결론적으로,
내 laptop은 앞으로 꽤 한동안 계속 더 써 볼 생각이다!

다양성과 탁월함

탁월함은 자주 다양성을 죽인다.

가령,
어떤 한 그룹의 친구들이 있다고 하자.
그중 한 사람은 공부를 그럭저럭 꽤 잘하고, 그중 한 사람은 노래를 그럭저럭 꽤 잘한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은 유럽의 유명한 구단에서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국가대표 축구 선수다.

이렇게되면,
그냥 공부를 그럭저럭 잘 하는 사람과 노래를 그럭저럭 잘 하는 사람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에 가려버린다.
이 친구 그룹은 그 국가대표 축구선수들과 그 친구들이 되어버린다.

한 사람의 탁월함이 그 그룹의 다양성을 죽여버리는 거다.

그래서,
혹시라도 탁월함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탁월함이 다른이들의 다양성을 죽이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한다.

잠언

잠언을 어릴때 읽었을때는 그냥 평범했다.
그냥 당연한 얘기가 써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냥 그랬다.

잠언을 그 후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다시 읽었을때는 지루했다.
마음에 별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써 있는 것 같아 그냥 그랬다.

잠언을 지금 다시 읽으니,
아… 내가 왜 더 젊었을때 이 이야기를 더 마음에 새기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는 패기 넘치던 시절에 읽었어야 그것이 성품안에 더 남았겠다 싶은데 말이다.

20대, 30대에 내가 잠언을 읽지 않은것은 당연히 아니다.
성경 통독을 하면서, 아침 묵상을 하면서 꽤 여러번 읽었을 거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보니… 나는 그때 잠언을 읽지 않은 것이었다.

내가 더 나이가 들어 지금의 나를 돌이켜보며,
내가 왜 그때 더 그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가 하는 후회를 하게되지는 않을까.

CA-25

지난 몇주동안, 딱 하루만 휴가를 내어서 좀 쉬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짜리 휴가를 내면 그 전날 일이 터지거나 그 당일 아침에 일이 터져서 휴가를 취소해야했다.
몇번이나 같은 일을 반복하니 그것도 좀 지쳤다.

어제는 그래서 오전 시간에 그냥 무조건 모든 것을 다 block하고 혼자서 운전을 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인 Pinnacles Nation Park까지 운전을 해서 가보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운전해서 가는데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호기롭게 나갔지만, 막상 시간을 왕창 비우지는 못하고 운전하고 갔다가 그냥 바로 와야했다. 그렇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멋있었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는 멋진 길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달리는 맛이 정말 있었다.

꼭 그 국립공원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오가는 길을 drive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확~ 트였다.

혼자서 운전을 했던 것이므로 좋은 경치를 사진으로 찍을 수 없어서 google maps의 street view를 올려본다. (아마도 내가 사진 찍는것보다 이게 더 멋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위의 google maps street view link)

주일 저녁마다

언젠가부터 주일 저녁이면 꽤 큰, 말로 딱 찝어 설명하기 어려운 어두운 감정이 밀어닥친다.
이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지는 느낌이라고 할수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면 약간 서글프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어떤땐 이것이 안타까움이나 슬픔과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대개 이런 어두운 감정은,
한주에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 주일은 어떻게 보냈는가 그런 생각을 가다듬을때 드는 감정이다.

아, 이번주에도 하나님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구나.
이번주일에도 예배라는 것을 드리면서 하나님의 영광이 어떤 것인지 그 끝자락이라도 붙드는 일도 하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어두운 감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주일 저녁마다 이렇게 빠져드는 무력감과 안타까움…
이것이 조금 해결되는 날이 언제쯤 될까…

말을 빨리 하기

내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측정할 재주는 없지만,
얼핏 느끼기에 이곳 bay area의 엔지니어들은 말이 빠르다.
진짜… 좀 많이 빠르다.

대개 회사에서 meeting을 할때, 15분 미팅동안 논의할것들을 정해놓고 부지런히 그 내용을 쏟아부어야 그 시간안에 meeting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들을 전달해야한다.
이러면서 말이 더 빨라지게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의 youtube가 편집되는 방식을 보면,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을 거의 없애는 방식으로 편집을 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빨리 말을 한다.

작년엔가,
KOSTA에서 온라인으로 followup을 하는 분들의 모임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젊은 세대가 전반적으로 말이 빠르다는 거다.
말이 느리면 당장 지루해하고 관심이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때는 말을 빨리해야한다는 것도 들었다.

전반적으로 말을 빨리하는 디지털 세대에서,
게다가 짧은 시간안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하는 압박에 시달려 있으면,
말을 천천히 하는게 정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나도 말을 빨리 하게 되고.

3주전에 교회에서 했던 내 설교를 다시 들어보니,
그냥 말을 빨리하는 것을 너머서, 더듬더듬하고 버벅거릴 수준에 이르기까지 말을 빨리하고 있었다.

사실 이번에 설교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그걸 30분 안에 꾸겨 넣으려하다보니 말이 더 빨라진것 같기도 했다.

말을 더 천천히 또박또박하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면 생존이 불가능해져버린다. ㅠㅠ
오히려 빨리 하되 버벅거리지 않도록 하는 연습을 더 해야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을 빨리하는 효율성이 내게서 사랑할 여유를 빼앗아가버리지 않아야하는데…
그 밸런스를 잃지 않는 것은 정말 정말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