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top

회사용으로 컴퓨터가 3대가 있다.
하나는 16인치 맥북 프로 (i7), 다른 하나는 13인치 맥북 프로 (i7), 그리고 회사에서 쓰는 desktop이다. (이건 Xeon processor가 들어간 무지하게 빠른 놈이다.)

laptop은 3000불 이상씩 하는 높은 스펙이고, desktop은 그것보다도 더 비싼것이다. 회사 desktop은 절대로 버벅거리는 일이 없다. 뭘 하든 완전 번개같다.

원하면 2년 주기로 컴퓨터를 바꾸어준다. 그런데 워낙 다들 빠른 것들이어서 복잡한 계산을 컴퓨터로 하지 않는 나는 그렇게 자주 바꿀 필요가 없다. 이중 제일 오래된 것은 desktop 컴퓨터인데 느리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반면,
내가 개인용으로 쓰고 있는 laptop이 하나 있다.
이건 2년반전 thanksgiving black Friday sale할때 600불주고 산 Lenovo laptop이다.
이것도 아주 스펙이 떨어지는건 아닌데, 그래도 살짝 좀 뭔가 무거운 작업을 해보려고 하면 당장 힘들어 한다.

그래서 금년이 지나기 전에 내 개인용 laptop을 바꿀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을 해보니,
지금 laptop이 조금 느리긴 하지만 못쓸 정도는 전혀 아니다.
나야 뭐 무슨 거창한 게임 그런거 안하니까, laptop이 제일 무거운 작업을 하는건 zoom meeting이나 그 후에 영상 encoding 정도이다.

나는 그럼 왜 이렇게 멀쩡한 laptop을 바꾸겠다고 생각을 했을까?
이건 펄펄 날아다니는 회사용 컴퓨터를 쓰다가 내 개인 컴퓨터를 쓰니 살짝 느리다고 느껴지기 때문인거다.

…..

내가 다니는 회사는 부자 회사다. 회사가 돈이 많다. 그래서 일 많이 하라고 비싼 컴퓨터를 팍팍 사준다. 그래서 나도 그 비싼 컴퓨터가지고 일 열심히 한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회사처럼 부자는 아니다.
회사에서 사주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가 내 개인용으로 필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내 컴퓨터가 버벅거린다고 생각하는건 일종의 착시인거다.

생각해보면 이런식의 착시는 내가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매우 자주 경험한다.

나는 회사 출장갈때 비행기 businss class를 탈때가 꽤 많은데,
내 개인적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할때는 사실 꿈도 꾸어보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때는 10불이라도 더 싼 비행기표를 구하려고 인터넷 서치를 한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좋은 커피,
회사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료수,
회사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이것들은 내가 늘 그것들을 즐기면서 살만한 정도는 못되는 거다.

그냥 회사가 돈이 많으니까 내가 그걸 즐길 수 있는 행운이 있게 된거지.

대학원 다니던 시절, 그리고 이곳 bay area에 와서 처음 몇년동안도,
점심식사로 3불 이상 돈 쓰는게 아까워서 아주값싼 샌드위치를 매일 내가 도시락으로 싸가지고 다녔다. 커피를 사서 마시는건 정말 아주 어쩌다 한번씩 누려볼 수 있는 사치였고.

어느덧 그냥 부자회사, 부자동네에 살다보니…
마치 내가 그렇게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속에 살고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어디 나만 그렇겠나. 같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러니 나도 그걸 그냥 그렇게 당연히 여기고 있는 것이겠지.

결론적으로,
내 laptop은 앞으로 꽤 한동안 계속 더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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