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33장

1.
말씀을 묵상하다보면 그때 당시에는 그냥 ‘가벼운’ 깨달음이나 감동으로 남았는데, 그 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씀이 마음 속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 자신을 지배하는 경험을 할때가 있다.

2.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적어도 나로 인해 하나님을 조금 더 잘보게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건 내가 20대부터 해왔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주어, 어떤 사람이 나를 추월해 모든 면에서 나를 넘어서는, 나보다 훨씬 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숙해가는 것을 보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꿈이 내겐 늘 있었다.

3.
몇년전부터 나는, 20대로부터 해왔던 그런 생각들에 심한 회의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 많이 낙심하고 있었다.
나는 노력해도 안되는 거구나…
이제 내 한계인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상황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하시는 아름다운 일들이 이루어지는데 내가 뭔가 헌신하는 일은… 그냥 내 꿈인거구나…
그리고 나름대로 마음도 많이 닫혔고, 에너지도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다.

4.
지난 4월 13일에는 에스겔 33장 상반부가 말씀 묵상 본문이었다.
거기에는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파수꾼으로써 해야할 경고를 이야기하라는 말씀이었다.
에스겔이 이야기를 했는데도 사람들이 듣지 않으면 그것은 그 사람들의 책임이지만,
에스겔이 이야기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에스겔의 책임이라는 말씀.
그때 나는… 그래, 그래도 내가 해야할 일은 결과와 관계없이 해야하는 거구나…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셨다고 여겨지는 것 앞에서는 결과와 관계없이 성실해야하는 거구나…

5.
그때는 나름대로 그래 참 옳은 말씀이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달이 지나면서 내 마음 속에서 계속 그 말씀이 남아 나를 부지런히 흔들고 있다.
그 말씀의 깨달음이 매일매일 눈덩이가 불어나듯 커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6.
그렇다고 내가 지금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뭘 한들 될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그 말씀이 내 마음 속에서 계속 커지고 있어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부탁하는 것을 그냥 저버리는 게으름으로부터는 내가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때로 참 신비롭게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