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릴때 어머니 무릎에 누워서 어머니가 귀를 파주시는걸 좋아했었다.
내가 귀지가 유난히 많거나 그랬던 것 같지는 않고, 어머니가 그렇다고 내 귀지를 파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가끔 한번씩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서 그러고 있는게 참 좋았다.
아마 내가 거의 중학교 다닐때도 그랬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아주 어릴때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머니에게 귀지를 파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게 필요하지도 않고, 아마 어머니도 이젠 그렇게 하시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가끔 내가 인터넷에서 아주 쓸데없는 걸 살때가 있다.
대개는 10불정도 하는 물건을 신기해서 사는 것들이다.
내가 몇달전에 산건, 작은 귀지파는 도구 끝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귀지를 내가 파면서 귀 속을 볼 수 있는 도구였다. 10불정도에 샀다.
실제로 해보니 귀 안쪽이 잘 보였다. 말하자면 아주 작은 내시경(?)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
그런데,
나는 사실 별로 귀지를 파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고,
막상 해보니 귀 안쪽에 뭐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귀 안쪽을 ‘청소’해도 그렇게 뭐 개운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다만,
10불짜리 그 물건을 사서 가지고 노는 동안,
언제 따뜻한 오후,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어머니가 귀지를 파주실때 나는 솔솔 잠이 오는 것을 즐기며 있었던 기억이 났다.
10불짜리 귀지청소 도구는 사실 별로 쓸데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안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10불 덕에 나는 내 어린시절 어머니가 귀지를 파주시는 그 기억을 잠시 떠올리며 마음 따뜻해졌다.
쓰잘떼기없는 10불짜리, 살짝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값을 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