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ity?

1.
요즘은 전화에 딸려나오는 카메라로 찍는 사진이 진짜 잘 나온다.
그도 그럴게, 이게 그냥 사진만 찍는게 아니고, 소위 ‘인공지능’이 사진을 보정해주기 때문이다.
너무 조명이 어두우면, software가 자동으로 조명을 조정한 사진을 찍어준다.
그래서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게 된다.

2.
그렇다면, 그렇게 찍은 사진은 ‘실재(Reality)’일까?
결국 카메라 software가 재구성한 사진이니… 현실에 근거한 실재의 재구성 정도로 생각될 수 있지 않을까?

3.
내 오른쪽 눈에는 소위 ‘floater’라는게 얼마전에 생겼다.
이게 일종의 노화현상의 일부라던데…
안구안쪽의 ‘gel’이 그 벽과 분리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마치 무슨 작은 날파리 한마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의사에게, 그래서 이건 얼마나 지나면 없어지느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안 없어진다고 했다.
대신 내 뇌에서 그걸 무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현실속에 있지 않은 가상의 날파리가 내 눈 안에 생겼고, 내 눈 안에 생긴 그 가상의 날파리는 점점 내 뇌가 그걸 무시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내가 의식을 많이 하고 노력을 해야 그 floater가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Reality)일까?
내 눈이라는 일종의 ‘센서’를 이용해서 내 뇌라는 ‘software’가 재구성하는 이미지는 과연 실재일까, 아니면 실재의 재구성일까?

4.
만일 실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tool 자체가 어쨌든 실재를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도대체 실재(Reality)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속에서 내가 실재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5.
기독교적 관점은 실재와 본질을 분리하는 플라톤식 이원론이나 영지주의를 거부한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그것들은 기독교가 싸워야 했던 주된 적들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식이 바로 실재라는 등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식과 실재를 등치시키면 초월이 들어갈 자리를 없애버린다.

6.
우리의 인식과 이성과 의식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관점이어야, 그래서 실재(Reality)라는 것에대한 일부의 애매함(ambiguity)를 남겨 두어야만, 앞에서 내가 이야기한대로 우리 감각 기능과 뇌의 기능간의 역할분담이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게 된다.

7.
실재와 본질을 분리하는 이원론은 허무하고,
실재와 본질을 동일시하는 물질주의는 internal coherency가 부족한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적 관점이 이 애매함을 자연스럽게 수용해내는데 매우 적합한 관점이 아닐까.
뭐 이런 류의 생각을 혼자서 해 보았다. ^^

8.
보나마나 이런 생각들…
철학자/종교철학자/신학자들이 이미 많이 생각한 것들일텐데…
그런것에 내가 깡 무식하니… 혼자 이런 생각을 해볼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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