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건 2012년이었다.
일본의 vendor와 일을 하면서 좀 나이들어 보여야겠다는 압박도 있었고, 어쩌다가 연말에 면도를 며칠하지 않아 수염이 조금 길어진김에 그냥 수염을 길러보는 시도를 했었다.

그 후로 여름에는 그래도 좀 더워서 싹 밀어버리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금년 여름에는 그나마도 밀어버리지 않고 보냈다.

이제는 아마 내가 수염을 다 깎으면 오히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선뜻 수염을 밀어버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머리숱이 자꾸 없어져서 수염으로라도 그걸 좀 커버해야겠다는 생각때문에. ^^

나는 일본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이 내게 일본말로 말을 건다.
중극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이 중국말로 말을 건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을 만나면 내게 영어로 말을 건다. -.-;
그게 수염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동네 한인마트에 가서 계산하는 아저씨나 아줌마들도 앞사람까지는 친절하게 한국말로 하다가, 나를 보고는 얼른 영어로 대한다.
민우는 그럴때마다 그게 웃긴다고 까르륵~ 한다.

미국에서 산 기간과 한국에서 산 기간이 거의 비슷해져가고 있다.
내 수염은, 내가 더 이상 한국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표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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