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Boston Red Sox는 86년간 계속되어온 ‘밤비노의 저주(The Curse of the Bambino)’를 깨고 월드 시리즈 우승을 했다. 나는 그때 Boston을 떠나기 직전 Boston에 있었다.
그때 Boston의 분위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온 도시가 거의 광적인 흥분상태였다.
Yankees는 ‘악의제국 (Evil Empire)’라고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Yankees는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비싼 선수들을 다 쓸어모았고, Red Sox는 늘 그 Yankees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으로 만년 2위 팀같은 느낌이 있었다. Red Sox가 아무리 뭘 해보려해도 Yankees가 돈으로 올스타급 선수들을 다 싹쓸이 해가니… Boston에 있는 사람들은 Yankees를 정말 미워했다. Yankees Suck 이라는 것은 Red Sox 응원 문구중 매우 중요한 문구였다.
Red Sox가 잘하길 기원하는 것과 함께 그 상대팀을 적극적으로 미워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Boston에 있을때는 Boston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radio station이 sports radio였다!
이거 좀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그냥 자기가 사는 도시의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는 것도 좋고, 그것에 열정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데…
굳이 상대방을 그렇게 증오하면서 응원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무슨 일만 터지면 자신이 전문가인냥 길게 한마디씩 해내는 비전문가들중 그런 사람이 많다.
내가 지지하는 어떤 집단의 반대쪽을 적극적으로 미워하는 것이다.
그런 미움에는 때로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광주 항쟁을 겪은 사람들은 웬만해선 핑크당을 지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보면 파란당이 좋아서라기 보다 핑크당이 싫어서 파란당을 지지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내가 그 입장이어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떤 경우엔…
내가 그냥 무슨색 당을 좋아하니까, 그 무슨색 당을 공격하는 모든 사람들과 집단을 다 ‘악’으로 규정해버리고 우리만 정의의 사도이고 나머지는 다 나쁜 악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많이 본다.
사실 나도 그런 모습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이건 미국이건 내가 지지하는 정치집단에 대한 선호가 매우 뚜렷한 편이고, 그 반대편에대한 일종의 미움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정치에 대하여 여기저기서 읽게되는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접하며,
일부 주목해서 볼만한 글들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 말고 저쪽이 evil empire라고 이야기하는 유치함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을 타산지석 삼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되기도 한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Red Sox 를 응원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