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

손절이라는말은 원래 주식 용어인데 손절매, 즉 손해를 보더라도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서 판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손절이라는 말을 인간관계에도 많이 쓰는 것 같다.

나는 웬만하면 손절을 잘 못한다. 이게 그냥 내 마음이 그렇게 모질지 못해서 그렇다.

그러나,
어떤 사람과 교제하는 영역을 제한하는 일을 하기는 한다.

가령,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것을 이해시키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는 그렇게 많이 에너지가 드는 일을 하는 영역을 차단해버린다.
그리고는 단순한 이야기, 안부 이야기만을 묻는 수준에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또,
조금이라도 감정이나 정서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너무 어려운 사람은, 그런 영역을 차단한채 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렇게 어떤 영역에 대하여 ‘손절’을 해버린 사람과는 깊은 나눔을 하는것이 불가능해진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계들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버리면서 내가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그렇지만 내가 웬만하면 손절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음… 물론 나를 이용하려는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야 당연히 나도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지만…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잘 지낼때는 전혀 연락도 하지 않다가,
자기가 어려운일이 터지만 내게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는 내게 조언을 구하고, 때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내가 힘들때 그 사람들이 와서 도움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내가 손절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의 그 순간에 나름 절박해서 내게 연락을 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도 죽겠다 힘들다 하면서 술마시고 전화하고 했던 친구가 있다.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한 그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고, 카톡등으로 대화도 하면서 용기도 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 후 그 어렵던 문제가 해결되었고, 당연히 내겐 연락한번 없다.
사실 그때 나는 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고, 그 친구도 그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섭섭할때는 있지만,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다.
혹시 그 사람들의 그 어려운 문제에 도움을 주도록 하나님께서 이 상황에 나를 두신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다보니…
때로 나도 인간관계가 힘들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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