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J

내 대학교 동창중에 J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나와 비슷해서 잘 통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뭔가 제대로 배우는것을 좋아한다고나 할까.
정말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리같은 것을 캐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는 같은 재료공학과였는데,
재료공학과에서는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수준의 양자역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그 양자역학의 결과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그것을 고체물리에 적용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때, 그 양자역학의 내용을…
‘이건 뭐 그냥 그렇다고 하고 넘어가자’고 하는 교수님의 접근에 불만이 많았다.
아니 그걸 좀 배우고 싶은데…

나중에 결국 우리는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서 양자역학을 따로 공부했다.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교재를 가져다가 끙끙거리면서 문제도 풀고 우리끼리 서로 이야기도 해 가면서.
J와 나를 비롯해서 그런 성향의 친구 3명이었던가…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는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을 하고 나서야 어느정도 직성이 풀렸다.

나도 그랬지만 그 친구도,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는 좀 진짜 공부같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적어도 아무도 모르는 뭐 하나를 새롭게 밝혀내는 것 하나 정도는 해야 학위를 받지 않겠냐… 뭐 그런 생각이 있었다.
뭔가 새로운걸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유학을 왔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이미 흐름은… 기본적인 것을 파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새롭고 cool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다소 고집스럽게 그래도 뭔가 기초적인 뭐 하나는 해야겠다고 바득바득 해가며 박사논문을 썼다.

….

지금 나는 그렇게 바득바득 기초적인 그 무엇을 공부한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때 그렇게 했던 것이 그때 당시 하면서 재미있기도 했고, 나름 보람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던 것이 과연 내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J는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 친구 phase transformation을 statistical mechanics의 equation을 이용해서 푸는 걸 좋아하고 그랬는데….
그 친구는 변호사를 재미있게 하고 있을까?

문득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J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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