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열심히 일하지 않기 (4)

내가 하나님 앞에서 성실함을 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들의 눈 앞에서 뿐 아니라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에도 성실함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을 훈련한 것은 내게 참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았고 나를 더 정직하고 투명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정직과 투명.
그게 어쩌면 내 20대와 30대에 내가 싸우며 얻어내어야 했던 가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리고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면서 얻어야 하는 가치는 어쩌면 쫓겨서 사는 삶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적어도 이곳 silicon valley에서는 정말 그렇다.

아, 물론 이곳 silicon valley에서도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은 좀 더 열심히 정직하게 투명하게 일하는 것에 훈련을 해야할것이겠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사는 것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정서적으로 끊임없이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바쁨(busyness)과 분주함(hurry)는 꽤 다른 개념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바쁨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쫓기며 사는 분주함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평생의 삶의 모토로 삼고 살고 있는 “Contra Mundum” (세상에 대항하여)를 따라…
지금 내가 더 집중적으로 싸우며 다루어내야하는 것은, 적어도 지금 내게 있어서는, 마음의 분주함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 것이다.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지 않기 (3)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 내게 여러 문제가 생겼다.

우선, 좀 시간을 내어서 묵상/사색을 할 시간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나름대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또 나는 어쨌든 여러가지 형태로 사람들과 성경말씀을 놓고 이야기하고 나누는 일을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30대와 40대 초반에는 그냥 잠을 줄여서 그 부족한 시간을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체력이 부족해서 그게 쉽지 않게 되었다. 대충 50대가 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또 바쁘게 열심히 살다보니 나는 계속해서 ‘쫓기는’ 삶을 살고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시간을 쪼개 쓰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삶의 모든 일에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John Ortberg가 Dallas Willard에게 질문했다.
“영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랬더니 Dallas Willard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너의 삶속에서 분주함을 무자비하도록 없애야 한다” (You need to eliminate hurry from your life)

나는 내 삶 속에서 hurry를 없애긴 커녕 끊임없이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사람들의 삶 속에도 hurry를 강요하고 주입하고 있었다. 음… 이건 아닌데.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지 않기 (2)

내가 열심히 일하기로 결심했던 또 다른 큰 이유는, 내가 창출해내는 가치에 비해 내가 너무 많이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곳 bay area에서 받았던 돈은 사실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학원생 월급에 비하면 6배정도 되는 돈이었고,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정말 그 정도의 가치를 이 사회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사실 두번째 직장때부터 나는 월급이 많이 뛰었다.
내가 예전에 나중에 박사를 받고 나면 이 정도 받으며 살겠거니… 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받게 되었고,
나는 정말 그런 고민을 더 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이렇게 돈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내가 하는 일이, 열심히 일하는 소방관이나 학교 선생님이나 경찰관들보다 2배이상 그렇게 가치있는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내가 받는 돈의 가치만큼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엄청 일을 열심히 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이 했고, 더 잘 하려고 노력했고, 더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하루에 12~15시간씩 일을 하는 날도 꽤 있었다.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지 않기 (1)

작년 중반 이후,
나는 정말 가능하면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나는 늘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말하자면 ‘꾀돌이’여서 학생때도 노력형의 학생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보다 적은 노력으로 더 빨리 하는 재주가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후다닥 빨리 숙제를 하고 나름대로 내가 하고 싶은 공상등을 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었다.

그런데 직장을 잡고 일을 하면서 나는 무지막지하게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게 되었다.

그랬던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가장 커다란 이유는,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게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정직하게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을 계속 훈련했다.
그리고 정말 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겐 꽤 꾸준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아침 말씀 묵상을 할때도 계속 하나님 앞에서의 성실함이라는 주제로 많이 씨름 했었고, 그것이 내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Wonderfully Made Series (7)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다루기전에,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교회가 조금더 강조하면서 깊이 이야기해야하는 문제는 identity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자신의 identity를 자신이 define한다고 생각하도록 사람들을 강요한다.
그러나 그건 어떤 의미에서 그 개인에게 지우지 말아야할 책임과 무게를 개인에게 지우는 부조리를 야기시킨다고 생각한다.

LGBTQ+를 죄라고 생각하든 아니든간에, 적어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동의할수 있는 것은 자신의 identity를 자신이 define하려는 것 자체가 하나님으로부터 떠나려는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그것은 자신과 세상에게 파괴적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고, 동성애 이슈는 차라리 좀 open ending으로 남겨두어야하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Wonderfully Made Series (6)

어제는 Gender, Identity, Sex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Echo Church에서는 그 교회 목사님이 설교를 했지만, Westgate과 Menlo Church에서는 guest speaker가 설교를 했다.

우선 어쩌면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데 guest speaker를 쓴 것은 뭔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하는 것 같아 보였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거나 사람들의 반응이 불편해보일때, 아… 그건 그 guest speaker 생각이고… 이렇게 도망갈 길을 마련해놓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창조에서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새로운 연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창세기 창조기사도 그런 것이다. Biological sex와 Gender identity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것이 아니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우선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무엇이 ‘죄’인가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죄하는 방식으로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Echo Church는 조금 달랐다. 거기서는 이번주에 singless를 다루었는데, 여성동성애자가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며 single로 사는 것을 다루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보수적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그리고 참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려는 자세가 잘 보였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은,
설명과 주장이 충분해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수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조심하다 만것 같이 들렸을것 같고,
개방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하려고하는 이야기가 뭔데, 결국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라는 거잖아… 이렇게 듣고 말았을 것 같다.

짧은 한번의 설교에서 이 민감한 문제를 다루려고 하다보니 그랬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좀 아쉬웠다.

Wonderfully Made Series (5)

두주 전, DC area에서 있었던 KOSTA 모임에서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나는 교회에서 ‘가정사역’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좀 안했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기독교는 Singleness를 정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인정한 최초의 세계관이라고 한다.
예수님도 독신이셨다.

행복한 가정생활 = 기독교인의 모습 이라고 등치시키니,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는 사람들은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교회에 올때 가면을 쓰고 나타나게 된다. 마치 행복한 것인양.

한국의 통계와 데이터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점점 결혼이라는 것이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훨씬 더 많은 청년들은 정말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느낀다는 것.

그런 사람들에게 행복한 가정생활을 외쳐대는 폭력을 교회가 좀 그쳤으면… 정말 간절히 바란다.

나도 주변에 매우 고통스럽게 이혼을 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정을 조금 더 알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구체적인 사정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복음이 그 사람들에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공감과 위로가 아니라면, 최소한 그런 사람들 앞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이 기독교의 최고의 가치인양 흔들어 대는 일이라도 좀 그치면 좋겠다.

Wonderfully Made Series (4)

아직은 두주밖에 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시리즈를 조심스럽게 다루어내는 교회의 자세가 매우 좋다.

설교하면서, 목사님들이 매우 겸손하게 접근한다.
“이게 진리다” 뭐 그런 식이 아니다.
오히려 설교중에 자기마음에 드는 입장이 나온다고 해서 환호하거나 박수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면 생각이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고.

공개적으로 매우 명확하게,
그 자리에 앉아있는 LGBTQ+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그리고 자신같은 목회자나 그리스도인들이 폭력적으로 대한 것을 사과하기도 한다.

성에 관련해서 이성애자들의 죄가 차고 넘치는데, 동성애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위선과 폭력에 대해 여러번 강조하고, 사과한다.

그렇지만 교회마다 이야기하는 톤이 조금씩 다르긴 하다.
적어도 내가 판단하기엔 내가 다니고 있는 Menlo Church가 제일 조심스럽게 하는것 같고, 다른 교회들은 약간 더 보수적인 입장을 더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가령, 적어도 지난 주 sexuality를 주제로한 설교에서 Menlo Church는 explicit하게 sex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관계에서만 이루어져야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4개의 교회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Echo Church에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동성애가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Wonderfully Made Series (3)

나는 개인적으로,
흔히 한국교회와 미국의 어떤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소위 ‘가정사역’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이 하나님께서 이땅에 이루시고자하는 가장 고상하고 고귀한 것이라는둥,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것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이라는둥,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닥달을 하는 것 같은…

사실 매우 많은 사람들은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랐거나, 현재 이상적이지 않은 부부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 역시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 이혼을 했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건, 그저 그 사람들에게 폭력적이 된다.

내가 이곳에서 다니고 있는 Menlo Church도 그렇게 Boston에서 다녔던 Grace Chapel도 미국의 복음주의권에서 매우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교회들이다. 그런데 그런 교회들이 교회에서 가정사역이니 뭐 그런거 하지 않는다.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에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강조가 많이 교회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존중.

그렇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며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미 많은 강조를 하고 있고, 교회에서까지 그걸 더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오히려 그런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대한 관심과 배려가 교회에 더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Wonderfully Made Series (2)

Sex와 Gender에 대한 것은 매우 민감하기도 하고, 특별히 요즘은 이것이 정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Bay area같은 곳에서 이런 이슈를 다루는 것은 특별히 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Sex와 Gender에대해 매우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다른 의견에대한 심한 반감이 있기 때문이다.

첫주에는 ‘육체’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두번째 주에는 ‘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지난 주일)
세번째 주에는 욕망과 독신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고
네번째 주에는 Gender와 Identity
그리고 마지막주에 사랑과 믿음의 관계에 대해서 다룬다.

어떠면 가장 sensitive하면서도 hot 한 topic이 네번째주의 Gender / Identity일 것 같은데, 각 교회들이 어떻게 다루는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