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벌어 먹고 살기 (4)

개혁주의/변혁주의적 관점에서 직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문제점은,
세속주의/혼합주의에 오염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들어간 새내기 직장인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다.
때로는 C&C man (Copy and Coffee man – 복사기 돌리고 커피 뽑아서 돌리는) 정도에 만족해야할때도 있다.

세상은 변혁시켜야하겠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 보내신 사명은 이루어야 하겠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그럼 어떻게 되느냐?
승진(!) 이 목표가 된다.
그래야 뭔가를 할 수 있게 때문이다.
변혁이 목표이기 때문에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 것이다.
고지를 점령해서 영향력을 키워야지.

그런데 이게…
2년, 3년, 5년, 10년, 그렇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뛰다보면,
그 사람의 모든 삶의 역량은 고지를 점령하는데 집중되게 되고,
고지 점령의 원래 목적인 변혁의 꿈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것이 변혁주의자들이 걸어가는 매우 typical한 변절의 모습이다.

내가 80년대 대학을 다닐때
그렇게 세상을 변혁시키는 기독교를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변혁을 위해 고지를 점령해야 했고,
그러면서 결국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변절해버리지 않았던가.

나는 변혁의 모델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시대의 상황이나 어떤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매우 적절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적용하기 매우 어려운, 어쩌면 위험하기까지 한 모델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