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
뭔가 고난을 감수하고 따르라는 말씀인 것 같이 보인다.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그 말씀을 하실때에는 예수님의 고난의 십자가, 속죄의 십자가같은 의미로 말씀하셨을 리가 만무하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난을 당하시기 전이기 때문.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들은 제자들은 그 말씀을 어떻게 들었을까?

십자가는 그 당시 제국에 대한 반역을 하는 죄인에 대한 처형 방법이었다.
아주 많은 죄를 지었다고 십자가 처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사람들이 들었을때, 그 사람들은 아마도 로마에 반역하는 것을 각오하고…라고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정치적 메시아로서의 예수님으로 연결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엔 아마도…
그 당시 사람들이 살고있는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었던 로마 제국 체제를 거부하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너희가 너희의 삶의 터전과 근거를 삼고 있는 그 근본 자체를 흔들어버리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신 말씀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예수님께서 누가복음의 맥락에서는 예수님께서 이 말씀 이전에 바로 바리새인에 대한 비판을 하시는 흐름이 쭈욱~ 나온다.
그러니 아마도.. 자기 agenda에 천착해있는 바리새인들과 같아지지 말고,
너희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든 agenda, 너의 삶과 생활과 사상의 근본이 되는 모든 foundation 자체를 포기하고 따라오라는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읽어보면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고난을 감수하라는 말씀이라기 보다는
너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모든 ‘근거’들을 포기하라는 말씀에 가깝다고 생각하게되었다.

어찌보면 훨씬 더 radical한 말씀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