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Sox!

1.
미국에 처음와서 살게된 곳이 대개 이민자에게는 미국 내의 제2의 고향이 된다고 한다.
나는 보스턴에 처음 살게되었는데, 보스턴은 정말 유난스러운 곳이었다.

처음 열역학(thermodyanmics) 수업을 들어갔는데, 연세가 70쯤 되시는 교수님이 강의를 시작하시기 전에 칠판 한쪽 구석에 “Magic Number 11” 라고 적으셨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어도 잘 못해서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겨우 할까말까 한 수준이었는데, 그 교수님이 매번 수업하실때마다 magic number를 update하시는걸 이해하는건 내 영역 밖이었다. 결국 두세주 지나고나서야 그 magic number가 Red Sox가 playoff에 진출하기위해 승리해야하는 게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보스턴에서는 Red Sox가 종교에 가까웠다.
결국 나는 Red Sox 가 86년동안 지속되어온 The Curse of Bambino를 깨고 World Series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면서 보스턴을 떠났다.
정말 온 도시가 난리였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모르는 사람끼리도 하이파이브를 하고…

2.
금년에는 Red Sox 가 정말 잘했다. Red Sox 역사상 최고의 승수를 거두며 정규시즌을 마쳤고, play-off에서도 정말 잘했다. 상대팀을 모두 압도한다는 느낌으로 이겨버렸다.
그리고 어제 World Series 우승을 했다.

3.
내가 그런데 이전에도 쓰긴 했는데, 금년 Red Sox가 내겐 살짝 덜 재미있었다. 그도 그럴게, 그냥 워낙 비싸고 잘하는 선수들을 왕창사와서 잘하게 된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뭐 따져보면 아주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할수도 있지만… ^^)
그래서 금년에는 좀 underdog이 이겼으면 하는 생각을 시즌 중간에 좀 하기도 했다.

4.
그런데, 막상 어제 Red Sox 게임은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았고, Red Sox가 이기는 순간에는 정말 기뻤다! ㅎㅎ
underdog이고 뭐고… 그냥 Red Sox가 이긴게 좋았다.
돈 많이 써서 이기더라도, 그냥 내 ‘고향(?)’팀이 잘하는게 좋았다.

5.
어떤 특정 관계는 논리를 뛰어넘는 관심과 애착을 불러일으킨다. 고향, 친구, 가족 등등은 논리적이지 않은 관심과 애착을 갖는다.

6.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이 그렇다고 믿는다.
논리적이기보다는 그냥 사랑하시는 거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의 사랑은, Red Sox와 같이 크게 성공하고 승리하는 순간에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좌절과 불안의 상태에 있을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쏟어부어진다.
만일 불안과 좌절 너머서 계신 그 하나님을 볼수만 있다면 그게 보인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우리 사람들은 그 하나님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많이 불안해하고 좌절한다.

7.
그렇다고 불안해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책망할 것인가? 아니… 당연히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불안해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향해 오히려 더 손 붙들어주시길 원하신다.
너무 계속 찌질하게 찌그러져 있으면 가끔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을 행해 호통을 치시기도 하지만, 정말 사랑의 호통이시다.

8.
하나님의 사랑은 논리적이지 않다.
승리의 순간에도, 좌절의 순간에도, 불안의 터널을 지날때에도,
그 하나님의 그치지 않는 사랑은 부어진다.

눈을떠서 그것을 볼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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