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God

계속 시편을 묵상하다보면 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시편은 좀 뜬금없는 (그래서 다소 공허하다고 느낄 수 있는) 하나님 찬양하는 시,
혹은 나 힘들어요… 하는 그런 시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 힘들어요… 하는 종류의 시는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말하자면 구조가 이렇다.
내 인생에 문제는 가득하고, 이거 어떻게 해결될지도 모르겠고… 그냥 힘들다…
이렇게 끝나는 거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걸로 끝을 마무리 한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차라리 공감을 다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해는 된다. 그냥 힘들다는 거지 뭐.

그런데 시편에 너무 자주 나오는 건 이런 방식이다.

내 인생이 꼬였고, 악인은 승승장구 하고, 원수는 나를 따라오고, 나는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런데 당신은 하나님 이십니다.

이거 정말 황당하지 않은가.
말하자면 이게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세상은 엉망이고, 나도 힘들어 죽겠고… 그런데 당신은 하나님이시다…

You are God 이라는 시인의 고백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당신이 정말 의로운 분이시고, 정말 창조주이시고, 정말 하나님이시라면…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이런 환경 속에서…
당신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냥 됐다… 뭐 말하자면 이런거다.

나는 신앙인이 하게되는 아주 정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반응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해결되는 것에 시시콜콜 내가 토를 달고, 내가 걱정을 싸 안고… 그러는 모습에 매달리기 보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이시라는 것에만 나는 딱 달라붙어 있겠다는 자세다.

이건, 현실적인 노력을 그치겠다는 포기의 선언과는 다르다.
걱정함으로 키를 한자라도 자라게 할 수 없는 인간이, 그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기억하고 그 불확실성 안에 믿음으로 머물러 있어보겠다는 고백인거다.

하나님은 참 좋은분이시다…
이 고백을, 인생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아직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때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신앙의 진수를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하나님은 아는 것이고.

You are God, and I’m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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