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덕후의 경계

전문가와 덕후의 경계는 어디일까?
예전에는 그래도 그 경계가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결국은 전문가만 아는 지식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하게 느껴질때가 많다.

많은 경우, 대단히 많은 정보가 무료로 혹은 매우 저렴하게 접근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분야의 석사 수준의 지식을 실제로 학위없이 습득하는 것은 요즘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하는건 아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은 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미국의 상위 대학들은 강의의 대다수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 중에서도 이런 강의나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럼 요즘 전문가와 덕후를 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domain knowledge’라고 생각한다.이걸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하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한국말로도 그냥 도메인 지식이라고 하는 듯 하다.
이 도메인 지식은 그 특정분야에 들어가서만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다.

가령, 나 같은 엔지니어의 여러 지식은 인터넷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 미분 방정식 푸는 방법, 복잡한 프로세스나 제품을 설계하는 방법 등등.
그러나 이 경우 도메인 지식은, 어떤 특징을 갖는 재료를 찾을때 보통은 사람들이 어떤 재료를 쓰는지, 그 재료의 가격은 얼마인지, 누구에게 연락을 하면 빨리 구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실질적인 것들이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이런 도메인 지식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일을 하는 차이는 대단히 크다!

그렇다면…. 신학교육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도… 정말 장난아니게 깊은 신학적 지식을 가진 평신도 신학 덕후들이 분명 있다.
웬만한 목회자들이 범접하지 못할 수준의 지식을 가진 덕후들도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목회자가 가져야하는 매우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여기서도 도메인 지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가지 신학적 지식을 언제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은지 하는 것을 아는 센스, 어떤 것은 누구에게 얼른 조언을 구할 수 있는지를 아는 네트워크,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서 습득하게된 사람과의 대화법, 어떤 방법은 잘 통하고 어떤 방법은 잘 통하지 않는지 하는 것등…
이런 도메인 지식은 그냥 신학 덕후인 평신도가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목회자가 신학 덕후들과 다른 점이 도메인 지식이라면,
다시 말해서 신학지식에 있어 목회자가 신학 덕후들보다 못한 경우가 생긴다면….
적어도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이 ‘신적권위’라고 주장할 수 있게되는 걸까?
자신이 ‘주의 종’이고, 자신이 하는 설교가 ‘하나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걸까?

우리 교회 목사님은 그렇게 무게잡는 스타일과는 너무 거리가 머셔서.. ^^
우리 교회는 그런 고민이 전혀 없긴 하지만…

사실 주변에서 보면 지식도, 경험도, 심지어는 열정도, 도메인 지식도 다 그 교회에 있는 신학덕후들, 사역덕후들에 비해 부족한데 그냥 목회자의 권위로 밀고나가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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