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버지니아에서 주로 남부 버지니아에 있는 몇개 교회/학교 연합 수련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다녀왔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얼핏 보기에 한 150~200명 정도쯤 모이지 않았나 싶다.
거의 99%가 학부생이었으니 우리 민우보다 어린 아이들이었다.
4번의 설교를 해야했는데,
다행히 그럭저럭 잘 마친 것 같다.
- 이번 설교를 위해서 아주 새로운 본문을 공부해가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예전에 공부하거나 설교했던 본문을 가지고 약간 내용을 바꾸어서 준비해서 갔다.
그들만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에, 그리고 그것을 더 잘 준비하지 못한 내 게으름때문에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 나야 설교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 같은 사람의 경험이 그냥 뭐 일천한 것이겠지만…
어떤 때는 설교를 준비할때 그야말로 그 청중을 향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들어와서 뭐 한시간 짜리 설교가 10분만에 뚝딱 준비가되는 때도 있다. 나는 이게 정말 성령께서 해주시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어떤 때는 그렇게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에는 여러가지 새로운 생각들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가 더 힘들었고, 뭔가 짜내서 하는 것 같은 부담이 내게 있었다. - 계속 준비하는 마지막까지 좀 스트레스 많이 받는 회사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더 집중해서 준비하는 것이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설교 내용이야 뭐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다 마음에 담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하루 일찍 버지니아에 가서 하루밤 60불짜리 제일 싼 호텔에서 묵으며 혼자서 기도도 하고 준비도 해보려 했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까지 막~ 분주하고 정신없는 내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는거다.
그래서 그 내용이 마음에 온전히 잘 담겨서 이야기할 자신이 정말 없었다. - 생각이 쏟어져들어와서 준비하게되는 설교는 그 내용을 미리 연습을 한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그 생각들이 머리와 마음에 생생하게 다 담기게 되고, 몇개의 bullet point만 정리해가면 현장에서도 그야말로 신기할 정도로 말이 막 나온다.
어떤땐 어떤 말을 하고 나서도, 내가 이런 말을 어떻게 생각해냈지 할 정도로 딱 맞는 표현이 갑자기떠올라서 이야기를 하게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 호텔방에서 그 내용을 가지고 혼자 연습도 해보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서도 내용이 머리속에는 있는데 마음에 온전히 담긴다는 느낌이 계속 들지 않는 거다.
그래서 기도를 조금 더 하려고 하는데 기도도 뭔가 막혀서 잘 되지 않았다. - 결국 현장에 도착해서 설교를 하기 직전까지도 그렇게 막혀있는 것이 해결되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첫첫날 저녁 설교를 시작해야 했다.
마음에 부담이 컸다.
그냥 내가 머리에서 끄집어낸 지식을 짜집기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내용이 온전히 내 마음에 다 담겨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부담. - 설교들을 마치고나서 설교 잘 들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등등의 반응을 나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워낙 가벼운 친절로부터 비롯된 칭찬이 교회 문화 속에 많이 있는 편이어서 별로 좋지 않았어도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설교가 정말 잘 되었는지를 평가하기위해서 나는 웬만하면 그 설교를 다시 들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때 내가 어떻게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했었는가를 복기해보는 편이다.
어제 밤 늦게 집에 들어왔으니 아직 당연히 그럴 기회는 없었다. 아마 이번주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주말에 시간을 좀 내어서 한번 해봐야겠다. -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고 생각했다.
그 학생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담아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고, 그 문화와 언어로 전달해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전달이 어느정도는 된 것 같았다.
집중해서 듣는 진지한 모습도 좋았고, 좋은 질문과 대화들도 많이 이루어졌다. - 혹시 원하면 2주 이내에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추가의 Q&A zoom 세션을 할 수 있다고 offer를 했는데 들어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 zoom세션에서 어떤 질문들이 나오는가 하는 것이 내가 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어떻게 소화했는가를 평가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나는 설교하는 사람의 느낌에 맞추어서 하나님께서 일하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교하는 사람의 기분이 그 설교를 듣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는가 하는 것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설교하는 사람 입장에서 하나님께서 이 과정을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오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다. - 기본적으로 나는 이런 친구들에게 깊은 부채의식이 있다.
내가 자라오면서 누렸던 좋은 환경들, 좋은 믿음의 선배들과의 만남, 건강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환경, 뭔가 복음과 교회에 대한 낙관에서 오는 진취성… 이런 것들을 누렸던 사람으로서,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이 세대에 대한 부담감과 부채의식.
그래서 내가 얼마나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 혹시 있다면 그래도 이렇게라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 - 이번에 특히 message 준비과정에서 어려웠던 경험은 나 자신의 영적 상태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할 것 같다.
나름대로 내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점검, 성찰등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 내일은 또 출장이다.
이번주는 껌뻑 죽었다 하고 버텨보아야 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