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Anniversary

11월 5일.

내가 애플에 들어와서 일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참 많은 결심과 생각을 하면서 이 직장에 들어 왔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결심과 생각들 가운데, 

지금 생각해도 참 기특한 것들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설픈 것들도 있다.

이제 조만간 애플을 떠나려고 한다.

지난 1년간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참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조금 생각이 더 정리가 되면,

시리즈로 한번 글을 정리하려고 한다.

1년전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른 Anniversary 이지만,

어쨌든,

Happy Anniversary 이다. ^^

다람쥐가 죽었다.

1년쯤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일 내가 운전하는 차에 어떤 사람이 갑자기 뛰어들어 자살을 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느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끔찍한 상상이었는데, 그런 신문 기사를 읽다가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마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이 사람 죽으려면 혼자 죽지 하필이면 내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말하자면 에이~ 재수 없어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정말 많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하나님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고)…

그래서 일분 일초가 늘 아까운데,

이 와중에 이 엉뚱한 일이 벌어졌네… 에이…

혼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섬찟 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내 삶과 세상에 대한 자세,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 그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영혼이 병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
어제,
운전하다가 다람쥐 한마리를 죽였다.
시속 40마일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람쥐가 그야말로 내 차에 뛰어 들었다.
바로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어서, 급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었다.
차에서, 아주 가벼운 덜컹~이 느껴지고, 
백미러로 보니 다람쥐의 털이 날리고 다람쥐는 바닥에 죽어 있었다.
어제 그 다람쥐를 죽이고 나서는…
하루 종일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예전 같으면 그냥, 에이, 멍청한 놈 하고 지나갔을 수 있었는데…
….
일년동안,
하나님께서는 내 영혼을 많이 치료해 시켜주신 것 같다.

참 감사한 날

벌써 오늘로 내 딸이 15살이 된다.

생각해보면, 참 준비 잘 안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나름대로 잘 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우리 방식으로 사랑도 많이 주었지만,

20대의 ‘철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나서, 얘도 고생이 많았다.

아직 삶과 세상과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일천했던 나와,

어떻게 보면 지난 15년동안 이 아니는 함께 커 주었다.

이 아이를 사랑하며, 이 아이 때문에 걱정하며, 이 아이를 위해 기도하며,

나는 하나님을 만났고, 하나님은 나를 만나 주셨다.

지난 여름 이사오자 마자,

민우 방에 있는 white board 에,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민우는 그 그림을 지우지 않고 있다. 


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으로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담고 사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더욱 깊어지고, 

하나님과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는 아이로 계속 커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