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에서 배운 것들 (3)

1.
일본의 실업률이 대충 3~4% 수준이라고 들었다. 이 정도면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 아닌가?
그렇지만,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거의 10% 수준이라고 들었다.
수치상으로는 한국의 청년실업률과 비슷한 수준이거다.

그런데,
실제로 일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청년 실업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한국은 소위 ‘취준생’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거니와,
그나마 소위 비정규직 저임금의 ‘알바를 뛰고’ 있는데…

적어도 내가 만나는 일본 사람들은, 그래도 노력하면 그럭저럭 일자리는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일본인들과 좀 다른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일까?

2.
일본은 아직도 ‘평생직장’의 개념이 있다.
우리 회사도 일본에 몇개의 business group이 있는데, 거기 사람들은 절대로 안짤린단다. -.-;
그리고, 정말 회사를 위해서 아주 열심히 일한다. (곁에서 보기에 불쌍해 보일정도로…) 대신 회사는, 짜르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가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의 연금도 은퇴 후에 제공해준다. (그 연금만으로 살기는 어렵다고 들었다. 그래도 한국 보다는 훨씬 더 상황이 좋은 것 같았다.)

미국식의 무한경쟁… 자기의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한다는 개인주의적인 접근,
일본식의 평생직장… 어쨌든 함께간다…는 식의 접근.

한국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서 오히려 직장인들이 더 힘든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3.
일본의 회사 체계는, 대단히 rigid 하다.
말하자면 유두리가 없다.
무슨 결정을 하나 하려고 해도,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아니면 뭔가를 해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대신, 한번 setup이 되면, 지루할정도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을 한다.
사실 제조업에서는, 이런 consistency가 대단히 중요하다.
agile 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consistent 한 것이 제조업에서 강점이 되는 것이다. (이건 독일도 비슷하다.)

반면,
한국이나 미국은 일본보다 훨씬 더 agile 하다.
미국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율권이 커서 agile 한 반면,
한국은, 일이 되게하기 위해서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여서 agile 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agile한 manufacturing을 갖고 있는 전 세계에 매우 드문 경우가 아닌가싶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 자체가 DNA로 가져야하는 ‘진득함’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보기에,
중국은 일본보다는 한국의 모델을 따라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제조업의 등장은, 일본보다는 한국에게 더 큰 위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