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에서 배운 것들 (2)

일본에서 만나는 엔지니어들은, 그 수준이 상당하다.
내가 주로 상대하는 회사는, 일본의 중소기업들이다.
크게는 직원 몇천명 수준의 회사로부터 작게는 직원 수십명 수준의 회사들이다.
이렇게 출장을 가면, 그 회사의 CEO로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Business transaction을 담당하는 사람, 기술 개발을 하는 엔지니어, 기술쪽 매니저, 행정비서, 특허나 법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logistics 담당, 회사의 executives…

그런데,
그런 작은 회사들을 보면,
정말 detail을 자세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말단 엔지니어로서 있다.

반면,
한국이나 미국, 혹은 중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
(가령 한국에서는 대기업에 이런 사람들이 좀 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에서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

일본과 비슷하게, 아주 실력이 탄탄한 말단 엔지니어들을 만날 수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심지어는 독일에서 대학도 나오지 않은, 직업학교 출신의 엔지니어이지만, 그 분야에 깊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비교적 제한적이므로,
얼마나 일반화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랫동안 제조업을 해온 나라가 갖는 탄탄한 저력이자 기반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런 고수 말단 엔지니어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고 들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런 사람들과 박사들의 pay 차이가 미국같은 나라보다는 훨씬 적어서 실제로 이렇게 사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게 정말 사실인지는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독일에서, 말단 엔지니어와 높은 상사가 함께 business trip을 할 경우,
말단 엔지니어는 비지니스 클래스를 태우고, 높은 상사는 이코노미를 탄다고.
왜냐하면 현지에 가서 실제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말단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다음에 언제 이것도 한번 물어봐야 겠다. ㅎㅎ)

이런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미국은 한때 탄탄했던 제조업의 기반이 붕괴된 상태인 것 같고,
한국은 아직 이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현재 한국의 기업이나 사회의 system으로 보아, 한국이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게 될까 하는 것에 대해서 약간 의문이 있기도 하다.

출장에서 배운 것들 (1)

나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이게 개인적으로 꽤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들에게도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러나라에 출장을 다니면서 여러가지를 참 많이 배운다.
지금껏 내가 주로 business를 하면서 다루어본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현지 방문: 일본, 독일, 한국 & 미국(^^)
현지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이야기함 : 중국, 대만, 일본, 한국, 홍콩
출신 이민자들과 많이 일함: 인도, 중국, 대만, 한국
제한적으로 만나서 일함 : 태국, 멕시코, 영국, 러시아

이 사람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여러가지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참 많이 있다.

뭐 내가 대단히 깊은 다문화적 이해가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여기에 정리해볼 수 있는 것이 대단히 제한적인 것일테고,
뭔가 종합적인 insight라기 보다는 단편적인 생각들일테지만,
한번 출장을 다녀올때마다 정리해볼 수 있는 생각들을 한번 출장때마다 2-3개씩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내가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배우게된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일본은 이런 나라다, 중국은 이런 나라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매우 많이 들었다.
그렇게 들었던 이야기들 가운데 맞는 이야기들이 참 많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배우게되는 것도 많고,
어설프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구 동독 지역에 살고 있는, 50대의 구 동독인이 돌이켜보는 독일 통일,
역시 구 동덕 지역에 살고 있는, 통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들으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토요일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불평하나 하지 않는 일본인 엔지니어와 밤 늦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과 가족, 직업과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되는 일이 참 좋았었다.

중국의 어느 ‘시골’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서, 천안문 사태를 대학생때 경험한 엔지니어가 홍콩에서 일하면서 하는 고민을 들으며, 문화와 역사와 신앙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정복주의적인 혹은 제국주의적인 문화적/신앙적 접근을 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신앙은 진리이고, 너는 다 틀렸다는 식으로 이들에게 윽박지를수 없다.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내 신앙이 얼마나 좁은 문화적 바운더리에 갖혀 있는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는 주로 그들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그러면, 많은 경우 그들은, 더듬거리는 영어로, 매우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존경심을,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한편으로는 연민을, 한편으로는 동료애를, 한편으로는 이질감을 느끼지만…

이런 대화들은, 나를 많이 겸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