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반적으로 내가 하는 일 속에서 나름대로 만족을 느끼고 있는 편이다.
뭐 100% 만족스러운 일이야 당연히 세상에 없으므로,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이 너무 많이 힘들지 않다면, 그냥 그 속에서 만족을 찾고 성실하게 살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일 가운데 정말 내가 몸서리치게 싫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내가 ‘갑질’을 하도록 요청받는 다는 것이다.
내 윗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cover하기 위해서, 그 손실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일을 하려 할때, 때로는 내가 그것을 수행해야하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나는 정말 그런 상황이 말로 다 할 수 없이 싫다.
당장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수 없이 들만큼 싫다.
그래도 어떤땐, 그걸 이를 악물고 하게 된다.
(물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내가 그것을 어떻게든 막거나 우리 회사 내에서 반론을 펴서 방향을 바꾸거나 하지만… 그 damage가 크지 않을 경우에는, 더 큰 damage를 그 회사에 떠넘기는 것을 추후에 막기 위해서 그냥 갑질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두개, 일본에서 내게의 회사와 meeting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technical한 일을 했으므로, 함께 data를 검토하고 process condition을 바꾸어서 실험하고… 뭐 그런 일을 했지만,
일본에서는 주로 business 관련되 discussion을 많이 했다.
일본 회사에서 제시한 가격을 거의 절반까지 후려치는 일도 했고, 말을 잘 듣지 않는(?) 회사를 ‘길들이는’ 일도 했다. -.-;
돌아오는 길에,
간사이 공항의 라운지에서 이런저런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publish해야하는 report도 정리하고, 각종 meeting notes들도 팀에게 돌리고…
그러다가 문득,
이번에 내가 ‘갑’이라는 사실을 attentive하게 인식하면서 조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했던 것들을 다시 쭉~ 돌아보니…
어허…. 완전히 내가 갑질을 했던 point들이 몇군데 있었다.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할때에는, 한국말(존댓말)로 대화를 하면서 좀 조심했었는데,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할때에는, 영어로 하면서 거의 그 사람들에게 호통치는 식(yelling at them)으로 이야기했던 일이 많았다.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제대로 보려면,
무의식중에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하는 것을 보면 된다.
내가 소위 갑질을 하지 않겠다고 노력하며 사람들에게 nice하게 대했던 것은…. 그저 코스프레에 불과했던 것이었나.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깊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많이 뒤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