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3)

이번 글은 아마 욕을 많이 먹을 가능성이 있는 글이다.
많이들 욕해주시길… ㅎㅎ

내가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때, 거기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재료공학과 였는데, 내가 대학교를 들어갈때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는 공대 전체에서 제일 커트라인이 높은 과 가운데 하나였다. 그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출신들도 대학원에 있었다. 그보다 약간 커트라인이 낮았던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들도 있었다. 또 연대, 고대, 한양대… 그리고 아마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보다 학력고사 커트라인이 최소한 50이상 더 낮았을 학교 출신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같이 학력고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고.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아끼던 (서울대 출신의) 어떤 교수님이 언젠가 나와 단 둘이 있을때…

그래도 과학원(그때는 KAIST를 과학원이라고 불렀다. ㅋㅋ)에 들어올 정도면 다들 똑똑한 것일텐데 말이야,
일을 시켜보면 거의 예외없이 애들이 학력고사 점수 순서대로 일을 잘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도 당연히 보는 눈이 있으니…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누가 더 실험을 잘 하는지 하는게 당연히 보였다.
그런데, 정말 정직하게 말해서… 그 교수님의 이야기가 얼추 맞았다.

예외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가끔 학력고사 점수 20점쯤 낮았을 사람이, 서울대 출신 사람보다 더 창의적인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도 많은 경우에는… 저 사람은 참 창의적이고 일 잘하는데 아마도 이러이러한 점이 모자라서 서울대 못갔을꺼야… 이런식으로 설명이 되는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때 편하게 얘기할수 있는 ‘과기대'(당시는 KAIST 학부과정을 과기대라고 불렀다.) 애들하고 같이…도대체 왜 그럴까 그런 분석을 해보기도 했었다.
어설픈 분석으로 애들이 얘기했던 것은, 어쨌든 고3때는 다들 죽어라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하니까… 어찌되었건 간에… 그때 점수는 적어도 그런 평가방식에 관한한 꽤 정확한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나… 뭐 그런 얘기들을 했었다. 물론 그 평가방식이 얼마나 합리적이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겠지만.

지금 그때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렇게 KAIST를 졸업한 애들 중, 서울대 출신으로 지금 그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방대 출신으로 그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우리가 ‘과학원’에서 봤던 서울대 출신과 지방대 출신의 명확해 보이는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것 같이 그 차이는 그 사람들의 능력의 차이였을까?
후광효과는 얼마나 있었을까?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있다.
(내일 조금 더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