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8)

내가 중학교 때에,
매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마치면 학교 교무실 앞쪽에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 순서대로 이름을 써서 붙여 놓았었다. 그래서 3년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어느반 누가 공부를 잘하는가 하는 것을 서로 다 알고 지냈다.

나는 늘 전교 1등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교1등을 하지 않으면 많이 실망했었다. -.-;
시험을 보고나서 혹시 내가 맨 위에 이름이 있나 하는 것을 쪼르르 가서 보고 어떤땐 기뻐하고 어떤땐 실망하고 뭐 그랬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한 학년이 대충 1000명쯤 되었었다.
그러니 1000명중에 1등을 하는 것이 그 당시 내 목표였고, 그렇게 돌아가면서 1등을 했던 그룹이 대충 5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percentage로 따지면 나는 top 0.1%가 목표였고, 대충 top 0.5% 안에는 대충 들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럼 전국에서 top 0.5% 안에 드는 학생이었냐, 아니다.

문제는, 내가 다녔던 중학교가 ‘똥통’ 이라는데 있었다. ^^

나는 사실 중학교때 숙제이외에는 평소에 공부를 한글자도 안했다. -.-;
시험때 반짝 공부하고 숙제하는 것만으로 그정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그게 너무 기가 막혔었다. 세상은 넓고 공부잘하는 애들은 많을 텐데… 내가 여기 이렇게 있다간…

그래서 과학고등학교에 지원해서 들어갔다.
내 입학 점수는 60명중 50등이었다.
들어가보니 정말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았다. 나는 중학교때 숙제 말고는 공부를 한게 없었는데 이미 중학교때 종합영어나 정석 같은 것을 미리 공부해온 강남 애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다니는동안 완전 주눅이 들기도 하고, stress 엄청 받고, 하루 4-5시간씩 자면서 공부하고… 그래서 결국 대충 그중에 top 15% 수준까지 점수를 올려서 졸업했었다.

대학교 가서 1학년때부터 나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래서 받은 첫학기 학점이 3.4인가 뭐 그랬다. -.-;
더 공부해서 두번째 학기에 조금 더 올리고, 세번째 학기엔 더 올리고…
대학교때 열심히 공부할때는, 일주일동안 통틀어서 10시간남짓 자면서 공부한때도 있었다.
그래서 3학년때 부터는 한두과목 A0 받고 모두 A+ 받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과수석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그래도 top school에서 과수석 했으니… 세상은 넓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많은데… 이 생각이 또 들었다.

유학을 왔다.
처음에 역시 버벅거렸다. 숙제가 뭔지도 못알아듣고… 완전….
게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지도교수에게 쫓겨나고… 하여간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박사 졸업할때쯤 되면 대충 우리 실험실에서 ‘괜찮은’ 업적을 남기고 졸업하는 수준은 되었다.
그래도 내가 졸업한 학교가 꽤 괜찮은 학교이고, 우리 지도교수는 그쪽 분야에서는 one of the best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쿨럭…

(오늘은 글이 좀 길어져서… 내일 계속… 그런데 글을 여기서 마무리 지으면 너무 밥맛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