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출장

대부분 내 세대가 그렇듯이, 검소함은 큰 미덕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절약을 위해서 몸이 고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1,2학년땐 한방에 혈기왕성하고 땀냄새나는 10대 후반 ~ 20대 초반 남자아이들 네명이 함께 살았다.
그렇게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서인지, 그냥 돈 안쓰고 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무 잠자리에서나 자고, 아무거나 잘 먹고, 긴 시간 여행도 잘 했었다. 정말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년여 기간동안, 회사일로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본의아니게 upscale 여행을 좀 하게 되었다.
여러 항공 회사의 business class를 경험하게 되었고, 여러 나라의 꽤 좋은 호텔에서 묵을 때가 많았다.
또 식사도 역시 내 돈 내고 사먹으라고 하면 먹지 않을 음식들을 먹기도 하였다.

그게,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뭔가 뽀내나게 다니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실제로 출장을 가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가령, 토쿄의 중심가 몇개 회사에서 며칠에 걸쳐서 meeting이 있다면,
웬만하면 그 meeting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호텔을 잡는다.
그건 그렇게 해야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하루밤에 300~400불이 훨씬 넘는 고급 호텔에서 자게되기도 한다.
또 저녁에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따로 좀 싼 식당을 찾아다니지 않고 그냥 그 호텔의 식당에서 혼자 부페를 먹을때도 있다.
그것도 역시 그렇게 해야 시간이 제일 절약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한끼에 100불 넘는 식사를 한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몇번 다니다보니,
이코노미 seat이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별 두개까지 호텔이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식사도 fast food나 편의점에서 사먹는 음식 정도로는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껴진다…
음… 이건 아니다.
내 수준보다 더 high class에 익숙해져버리는건 재앙이다.

금년 말이 되기까지,
최소한 3번의 출장이 남았다.

오늘 그중 하나를 출발한다.
이번에는 좀 검소하게 해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