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김교신 선생을 들 수 있다면,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는 자크 엘룰의 ‘뒤틀려진 기독교’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91년이었던가… 뒤틀려진 기독교라고 쓰여있는 책을 내가 다니던 교회의 book table에서 보고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다.
이게 원본은 불어로 되어 있는 것인데, 내가 읽었던 번역본은 아마 불어 –> 영어 –> 한국어로 번역된, 그러니까 불어 원본을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영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번역했던 것이었던 것 같다.
번역이 그렇게 잘 된것은 아니어서 (그때 사실 한국의 기독교서적 번역이 대충 그런 것이 많았다.) 읽는데 애를 좀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내가 접했던 그 책은 정말 충격이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그때 프란시스 쉐퍼에 푹 빠져있었을 때였다. 그런 내가 접했던 자크엘룰은 뭐랄까… 한단계 더 높은 레벨의 고수같은 이지미랄까… 하여간 뭐라고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분석이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콘스탄틴 황제로부터 시작된 Christendom에 대한 비판을 처음 접한 것이 그 책이었고, 그야말로 하나님 이외에 그 모든 권력을 다 모두까기 하면서 거부하는 그 범접할 수 없는 포지션은 압권이었다.
그 이후 자크엘룰의 다른 책들도 조금 더 읽어보긴 했는데, 내가 처음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은 탓이었을까… 이 책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자크 엘룰을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 무정부주의자’ (Christian anarchist)라고 부른다. 무정부주의자라고 여겨질만큼 권력에 대한 강한 거부가 기독교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분의 충격적 선언은 그 이후 35년동안 계속해서 내게 깊게 영향을 끼쳐왔다.
80-90년대 소위 기독교 세계관을 주장했던 사람들중 많은 이들이 그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기독교 우파 혹은 극우로 변질되는 일들을 많이 보았다. 위에서 언급한 프란시스 쉐퍼가 어쩌면 그 대표선수일수도 있겠다.
미국의 소위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 지지세력으로 변질된것, 한국에서는 김진홍등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극우로 변질된것을 보면 나도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될 위험이 아마 있었을 거다. 나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선후배중에도 그렇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가지 분석을 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변질되게된 큰 이유로는 리차드 니버의 기독교 현실주의같은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기도 한다. 나는 그 분석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빠지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었던 것은 결국 자크엘룰을 내가 일찍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