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d

내가 가끔 (아니면 자주) 출장 가는것에 부담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내가 출장을 가면 무지하게 고생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통 완전 편한 여행을 하게 된다.
비행기도 편하게 가고, 호텔도 편한데 자고, 맛있는 것도 (너무) 많이 먹고, 어떤땐 현지 회사 사람이 명소에 데리고 가 줄때도 있다.
그러니 투덜거리지 말고, 많이 감사해야 하는 건데…

물론 한편, 이렇게 출장을 오면,
home office와 이곳 현장에서 동시에 message들이 막 들어오고,
밤이고 낮이고 급하게 답을 해줘야하는 일들이 쏟아지기고 하는데다,
무엇보다 이렇게 돈 들여서 오는 출장에서 뭔가 ‘결과’를 내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스트레스 지수가 많이 높아진다.

이번에 출장을 오면서는 그래서,
적어도 내가 오는 도중의 여정중에 특징적인 것들을 사진으로 담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얼핏 보더라도 아주 성의없이 찍은 사진임이 확~ 드러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숙제한다 생각하고 찍어 보았다.)

투덜거리지 말고, 감사하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 혹시 제가 나중에 출장 간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시거든, 따끔하게 혼내주십시오. 배가 불러서 그러는 거라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내일부터는 블로그 올리는게 살짝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

Simple life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면

Apple watch가 처음 나왔을때 나는 그게 뭐 얼마나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그 회사에 있을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그쪽 관련된 일을 벌써 하고 있었다.

그 후 내 전화를 android로 바꾸고 나니, 값싼 smart watch를 살 수 있는 option이 생겼다.
지금 내가 차고 있는 smart watch는 ebay에서 79불 주고 산 거다.

한동안 매일 시계를 충전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시계를 차고 다녔었다. 내 아내가 몇년전에 선물해준 그래도 살짝 비싼 (?) 시계였다.
뭐 그럭저럭 괜찮게 지냈는데, 자꾸만 여기 저기서 빵꾸가 났다.
회사에서 급하게 나를 찾는데 내가 모르고 지나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난리가 나서 10분 간격으로 schedule이 바뀌면서 meeting이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나는 그걸 제대로 follow-up을 못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러면 이게 정말 민폐다.
내가 무슨 말을 좀 해주어야 일이 풀리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그 미팅에 나타나지 않으면 거기 온 사람들이 그냥 소중한 시간을 날리고 허탕을 치는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난주부터 다시 smart watch를 차기 시작했다.
당연히 손목에선 하루 종일 난리가 나고, 나는 훨씬 민폐를 덜 끼치는 사람이 되었다.

Simple life라는게 참 듣기 좋아보이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한데…
어떤 이들에겐 그게 그냥 그림의 떡이다.

마치 고급 승용차가 보기에도 좋고, 그거 타면 편안하고, 그거 타고 싶은데…
어떤 이들에겐 그게 그냥 그림의 떡인것과 마찬가지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그런 의미에서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돈이 더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지듯이,
시간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이 더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도 미덕으로 여겨져야하는 것이 아닐까.

돈 없는 사람들 앞에서 돈을 쓰는 것을 자랑하며 뻐대는 것이 폭력적인것 처럼,
시간 없는 사람들 앞에서 시간 많음을 자랑하며 뻐대는 것이 혹시 폭력적인 것은 아닐까.

나는 뭐 그렇게 아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시간을 받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해본 생각이다.

또 다시 출장

지금 하고 있는 어떤 manufacturing process에 완전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지난 3주동안 아침 6시 이전에 이메일을 꼭 봐야 했고, 밤 12시 넘어서 까지 이메일을 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처해 있었다.
내가 지금 이쪽 team의 일을 일부 하기 시작한지 이제 두주 조금 넘었는데, 나는 이 일을 시작하자마자 거의 바로 비행기표부터 알아보아야 했다,

팀 사람들은 심지어 농담삼아서…
너 거기에 네 아파트 하나 잡아야 하는거 아니냐? 고 묻기도 한다.

결국 지금 나는 독일이 와 있다. -.-;
(엄밀하게 말하면 독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암스테르담 공항에 와 있다)

이번에는 주일 오후에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니까 그렇게 긴 여행은 아닌데…
이렇게 내가 한번 출장을 가면 내 여행경비 등으로만 보통 적게는 5천불, 많이는 1만5천불 정도는 쓰게 된다.
그리고 내가 ‘현지’에 가기 때문에 그 현지의 사람들이 extra로 부담해야하는 시간과 노력과 돈등을 생각하면 지불하게되는 총 액수는 더 커진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을 위해서 일주일에 1만불을 확~ 쓰는 investment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home office에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공백등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꽤 많은 돈을 들여서 나를 이렇게 출장을 보내는 거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서도 아주 열심히 일을 할 예정이다. ㅎㅎ
빡빡하게 일정 짜고, 매일 home office에 있는 사람들에게 Progresso report 해주고,
아마도 밤에는 home office 사람들과 conference call도 좀 하게 되지 않을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서 열심히 일해라. … 뭐 그런 구호가 내게 맞는게 아닐까.

요즘 한국의 이상한 어투 (5)

나는 일본에 출장을 가면 사람들이 당연히 내게 일본말로 이야기한다.
중국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들은 무조건 내게 중국말을 던진다.
그런데,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내게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

그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한국 수퍼마켓에 가면,
앞 사람 까지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던 캐쉬어가, 나를 딱 보고는 금방 hello 라고 영어를 한다.

얼마전부터 민우는 나랑 같이 수퍼마켓에 가서 내가 그런꼴(?) 당하는걸 보면서 나를 놀리는걸 재미로 삼고 있다.

내가 수염을 길러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솔직히 말하면 수염 기르기 전에도 늘 그랬다.
사람들이 나를 한국사람으로 안보는 거다. -.-;

25년전에 떠나온 내가 기억하는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정말 다른 나라다.
그게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문화적으로 특히 언어에 있어서도 분명히 큰 변화가 있다.

한국에 늘 사는 사람들은 그걸 감지하지 못할 지 모르지만,
나처럼 한국에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그걸 느낀다.

한국의 문화가 내게 foreign하게 느껴지는게 살짝 슬프다.
한국말이 내게 어색해져가는 것이 또한 살짝 슬프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한국에서 떠나와 살고 있는 걸…

요즘 한국의 이상한 어투 (4)

요즘 또 한국에서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는,
“~같은 경우에” 라는 말이다.

A라는 회사와 B라는 회사를 비교할때,
“A 회사는 월급을 많이 주고 B 회사는 월급이 적다.” 고 이야기하면 될것을
“A회사 같은 경우에는 월급을 많이 주고 B 회사 같은 경우에는 월급이 적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라는 표현도 많다.
원래 ~하는 부분이라다는 말은 전체의 일부를 이야기할때 써야 하는데…

가령, 어느 직원이 손님에게 약관 같은걸 설명해줄때,
“환불을 하시려면 바로 인터넷에서 하실 수 없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될것을
“환불을 하시려면 인터넷에서 하실 수 없는 부분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거 정말 내겐 완전 이상하다. ^^

아 물론 그냥 이상한 말투 뿐 아니라 잘못쓰는 말도 정말 많다.
예전에 비해서 다르다는 말을 틀리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고,
엉뚱한물건등을 높여서 이야기하는 일도 많다. “손님, 커피 나오셨어요” 같이

내가 그 문화속에서 계속 있지 않았으므로 왜 언어가 그렇게 바뀌어왔는지, 그렇게 바뀌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한국어는 때로 내게 낮설게 느껴진다. ^^

요즘 한국의 이상한 어투 (3)

그리고 또 매우 신기하게 느껴지는건,
젊은/어린 여자들의 콧소리다.

이건 정말 많이 많이 신기하다. 왜 언젠가부터 10대 20대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다 콧소리를 낸다. 심지어는 TV 뉴스 아나운서도 살짝 그런 소리가 섞여있다.

뭐 그거 자체로 좋다 나쁘다 할건 아닌 것 같은데,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난 그렇게 이야기하면 잘 못 알아 듣는다. -.-;

그래서 실제로 한국에 출장이라도 가서 젊은 여자 종업원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
“죄송한데요, 잘 못들었습니다.” 라고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럼 그쪽에선,
아, 저 사람 한국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 듯 하다. ㅋㅋ

이것도 95년에는 전혀 없던 말투다.

요즘 한국의 이상한 어투 (2)

한국을 오래 떠나온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쓰이는 한굴말이 이상한 또 한가지 경우는,
한국에서는 한자어를 어색하게(?) 많이 쓴다는 거다.

가령, 호텔에서 아침을 먹는건 꼭 ‘조식’이라고 한다. 아니 왜? 아침식사, 아침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되나?
비행기를 탈때는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한다. ‘비행기를 타기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되나?

한국 회사와 일 관련된 이메일을 하다보면 이게 정말 더 많다.
‘내일’이라고 하지 않고 ‘명일’이라는 일본식 한자어를 많이 쓴다.
‘그럼 그렇게 알고 실험을 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알고 실험을 진행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아래 조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면 ‘아래 조건에 대해 의견주십시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래 조건에 대해 의견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이메일이 온다.

한자어를 써야 더 공식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보기엔 좀 지나치게 이상하게 그렇게 쓰는 것 같은데.

내가 한국에 있던 90년대에도 이렇게 이상한 한자어를 많이 썼던가???

요즘 한국의 이상한 어투 (1)

나는 한국을 1995년에 떠나왔다.
24년 전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히트곡은 잘못된 만남이다.
나는 서울이 지하철 4호선 까지만 있을때 미국으로 왔다.
그러니 지금의 한국은 내가 떠나온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어쩌다 한국에 출장을 가면 그래서 한국이 좀 어색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에서 많이 쓰는 (그리고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고 내가 느끼는 말투 들이다.)
그중 몇가지를 써보자면..

우선,
한국에서는 ‘미래’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현재의 상태나 과거의 이력보다 더 중요한것처럼 이야기한다.

가령, 무슨 광고를 보더라도…
‘고객을 잘 모시는 기업이 되겠습니다’라는 식의 광고가 많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우리 회사는 지난 수십년간 고객을 잘 모셨습니다’ 라는 광고가 많다.

글쎄,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하는 결심을 그 사람의 과고 이력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이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최근 회사 상황 (5)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내 professional 커리어가 풀려본적이 별로 없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전공이 아닌 전공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석사를 할때도 내가 꼭 가고 싶었던 실험실이 아닌 다른 실험실에 갔고,
미국에서 박사를 할때도 내가 꼭 하고 싶었던 2~3개의 다른 분야는 열심히 찔러보았는데 길이 열리지 않아서 하고 싶지 않던 것으로 박사를 했고,
박사를 마치고 보스턴쪽에 남고 싶어서 그쪽에 부지런히 job apply를 했는데 하나도 안 되어서 서부로 왔고,
첫번째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패기를 가지고 시작한 start-up이 망했고,
두번째 직장에서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고,
세번째 직장에서는 lay-off 당했고,
지금 직장에서는 하는 프로젝트마다 “나가리”가 나고 있다.

태어나서 한번도 소위 ‘multiple offer’라는 걸 받아서 offer negotiation이라는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고,
여태껏 늘 직장 내에서 ‘아, 저거 내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른 포지션들이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당장 보기에 좋아보였던 것이 정말 내게 좋은 것이었느냐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
대학때 원하는 전공을 했더라면,
석사과정때 원하는 실험실에 갔더라면,
박사과정때 잘 풀려서 그때 hot 하다고 생각하던 분야에서 후다닥 박사를 잘 했더라면,
보스턴에서 job을 찾았더라면,
첫번째 직장에서 더 잘 되어서 그 직장에 남았더라면,
두번째 직장에서 사람들 잘 만나서 그 직장에 더 있었더라면,
세번째 직장에서 짤리지 않았더라면…
솔직히 말해서 그게 더 좋았을 것 같지 않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그렇다.

내 ‘욕심’이나 ‘두려움’이라는 것을 조금 걷어내고 나 자신과 상황을 보는게 참 중요하다. 그러나 힘들었던 그 당시에는 그걸 거두고 보는게 쉽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니 객관화해서 보는게 훨씬 더 쉽다.

내가 정말 잘 할것 같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나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회사 일은 늘 내가 잘 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하도록 연결되어지지 않고 있다.
아니 세상에… 내가 ‘로보트’ 만드는 일을 하게될줄 누가 알았겠나…

8월 초에는 유럽에 또 출장을 가야할듯 하다.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이다.
잘 안풀리는 것 같은걸 좀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머물러 보려고 한다.

최근 회사 상황 (4)

지금은 복잡한 상황들이 거의 정리가 되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우리 회사 내에서 수술용 로보트를 만드는 쪽에 사람이 desperate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그쪽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전의 일이 다 끝난게 아니어서,
사실 상당히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이번주에는 그나마 좀 나은데,
지난주에는 하루에 5시간씩 밖에 못자면서 보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예전에 내가 하던 프로젝트의 일은 주로 아시아쪽 회사들과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오후 5시 이후에 바쁘고,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은 주로 유럽쪽 회사들과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오전 9시 이전이 바쁘다.

지난주에는 매일 아침 7시 conference call이 있었다. -.-;
여전히 한주에 한두번은 아시아쪽 conference call이 저녁이 있으니,
나는 계속 하루가 길~다.

한참 마음이 복잡하고 어려울때 나는 KOSTA를 참석할까 말까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고,
그게 다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KOSTA 컨퍼런스에 참석했고,
KOSTA 다녀온 이후에는 완전 개처럼 일하고 있어서 이런 최근의 회사 상황에 대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지… 하고 상황을 정리해서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