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 상황 (5)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내 professional 커리어가 풀려본적이 별로 없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전공이 아닌 전공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석사를 할때도 내가 꼭 가고 싶었던 실험실이 아닌 다른 실험실에 갔고,
미국에서 박사를 할때도 내가 꼭 하고 싶었던 2~3개의 다른 분야는 열심히 찔러보았는데 길이 열리지 않아서 하고 싶지 않던 것으로 박사를 했고,
박사를 마치고 보스턴쪽에 남고 싶어서 그쪽에 부지런히 job apply를 했는데 하나도 안 되어서 서부로 왔고,
첫번째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패기를 가지고 시작한 start-up이 망했고,
두번째 직장에서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고,
세번째 직장에서는 lay-off 당했고,
지금 직장에서는 하는 프로젝트마다 “나가리”가 나고 있다.

태어나서 한번도 소위 ‘multiple offer’라는 걸 받아서 offer negotiation이라는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고,
여태껏 늘 직장 내에서 ‘아, 저거 내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른 포지션들이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당장 보기에 좋아보였던 것이 정말 내게 좋은 것이었느냐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
대학때 원하는 전공을 했더라면,
석사과정때 원하는 실험실에 갔더라면,
박사과정때 잘 풀려서 그때 hot 하다고 생각하던 분야에서 후다닥 박사를 잘 했더라면,
보스턴에서 job을 찾았더라면,
첫번째 직장에서 더 잘 되어서 그 직장에 남았더라면,
두번째 직장에서 사람들 잘 만나서 그 직장에 더 있었더라면,
세번째 직장에서 짤리지 않았더라면…
솔직히 말해서 그게 더 좋았을 것 같지 않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그렇다.

내 ‘욕심’이나 ‘두려움’이라는 것을 조금 걷어내고 나 자신과 상황을 보는게 참 중요하다. 그러나 힘들었던 그 당시에는 그걸 거두고 보는게 쉽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니 객관화해서 보는게 훨씬 더 쉽다.

내가 정말 잘 할것 같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나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회사 일은 늘 내가 잘 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하도록 연결되어지지 않고 있다.
아니 세상에… 내가 ‘로보트’ 만드는 일을 하게될줄 누가 알았겠나…

8월 초에는 유럽에 또 출장을 가야할듯 하다.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이다.
잘 안풀리는 것 같은걸 좀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머물러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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