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9) – 회심과 헌신

나름대로, 내 회심의 경험은, 내 근본을 흔들어놓은, 아니 뒤집어 놓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성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내가 주체할 수 없을만큼 강한 경험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내 회심의 경험이 강렬해서 일까, 그렇지 않으면 내 성향/성품이 그래서일까.

나는 그 회심이후에 아주 ‘강한 헌신’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것이 반드시 건강한 헌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늘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내가 여전히 이 헌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머리속에 염두에두고 신앙생활을 했다.

만일, 내가 경험한 이 회심이 ‘진정한’ 것이라면, 정말 이 복음이 진리라면, 예수의 사랑이 그렇게 큰 것이라면, 도무지 그럭저럭 사는 option이 내게는 불가능 했다.
그래서 정말 좌충우돌하며 ‘강한 헌신’을 추구했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절제된(?) 헌신’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만난 이 하나님을 만난 사람이라면, 어떻게 저렇게 대충 헌신하면서 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진리로 받아들인 이 복음을 진리로 고백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까지 자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지식이 모자라서, 아직 잘 알지 못해서 건강한/온전한 헌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혹 있을 수도 있다.
혹은 헌신의 좋은 지침을 얻지 못해 좌충우돌 건강하지 못한 헌신의 모습을 보일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더 깊이 헌신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기며, 자신의 죄성에 통곡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 회심의 경험에 따르면, 배교와 헌신 사이에 중간지대는 없다.

내 경험이 특별한 것이었던 걸까?
내가 극단적인 경험을 했기에, 일반적인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