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2) – 불연속적이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믿음을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본격적인 ‘회심 경험’을 했던 것을 대학교 3-4학년 때로 보지만,(벌써… 2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군. ^^) 기본적으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믿음, 그리고 어려서부터 교회에 건성으로나마 나갔던 이력등이 있으므로, 아예 무신론자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인것과 같은 경험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꽤 모범생이었다. ^^
어찌보면 상당히 답답한 모범생이었다. 대학때,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턱이 심하게 다쳤던 적이 있었다. 결국 찢어진 부분을 꿰메러 가면서도, 그것 때문에 수업을 빼먹어야 하느냐 하는 것을 꽤 깊이 고민했을만큼, ‘샌님’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드러나는 대단한 일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호위 ‘허랑방탕하게’ 살아본적도 없었다. 

소위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났던 경험은,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불연속적인 경험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는 기본적으로 ‘신뢰할만한 신’이 계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정하고 있었던 것 같고, 물질세계를 초월하는 영적세계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매우 비뚤어진 형태이기는 했으나, 기독교 신앙의 내용에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고등학교때 세례도 받았었다!

회심 이전에도 모범생이었고, 회심 이후에도 그 모범생의 길로부터 심하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한, 내가 회심의 경험을 했던 것이, 어떤 한번의 event라기 보다는, 대학교 3학년-4학년을 지나면서 넓게보면 2년, 짧게보면 몇달 동안의 기간에 걸쳐 있었다. 어느 한 순간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이 찌릿한 경험을 했다거나, 입에 거품을 물었다거나(^^), 대단한 신비체험을 한것도 없었다. 그저 복음이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나를 사로잡는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회심경험이, 특별히 종교적인 배경을 거의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회심체험을 하던 그 2년여의 기간은, 도무지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아마 앞으로의 글들에서 이런 부분을 더 다루게 되지 않을까…)

대단히 불연속적인 경험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어떤 면에서 보면 매우 연속적으로 보일수도 있는 경험이었다고… 그렇게 애매하게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