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2)

갑의 위치에 있을때 갑의 위치를 그냥 방기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갑은 을을 대할때, 우리가 모두 동등하다는 것을 꼭 염두에두고 해야 하지만,
갑은 때로 갑으로써 해야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다음의 몇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그렇다.
대개 갑은 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급 정보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갑은 어떤 project를 더 high level에서 조망하게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resource allocation이나 schedule등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그 모든 것은 을에게 다 알려주기 어려울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갑은 그 정보들에 비추어서 을에게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잘 해 줄 필요가 있다.

두번째, 일반적으로 갑과 을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 을이 갑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을이 갑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들이 있다. 그것은 대개 시장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일종의 ‘일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 속에서 나쁜 갑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야하겠지만, 갑이 을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그것을 검사하고, 그 모든 것에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일하는 방식’을 깨는 것이고, 대안적 구조를 만드는 것은 그저 한두사람의 노력으로 후다닥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번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게으름’이라는 함정에 잘 빠지기 때문에 그렇다.
이건 정말 tricky한 이야기인데…
내가 을의 입장에서 보아도 내 갑이 나를 부지런히 ‘관리’할때 내 productivity가 더 높아지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것이 너무 극단적이 되어 micromanage를 하는 지경까지 가면 오히려 productivity가 떨어지게 되지만, 절절한 순간에 일이 되었는지를 점검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일들은 일이 그냥 흐지부지 않되지 않도록 막는데 분명히 역할을 한다.

실제로, 내가 ‘갑;의 위치에 서 ‘갑’이 해야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와 함께 일하는 ‘을’과 나는 모두 함께 실패하고 낙오하게 된다.
내가 을의 입장에 있을때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나의 ‘갑’이 (내 manager가 되겠지) manager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어야 내가 정말 일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원론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현실적으로는 갑과 을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존재를 마치 없는것 처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