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3)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나 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주문자 위탁 생산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것은
– A라는 회사가 디자인을 하고,
– B라는 회사에게 그 디자인에 맞추어서 생산을 하도록 주문을 해서,
– B 회사가 그것을 생산하면
– A 회사가 그것을 사서 시장에 파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서, 볼펜하나를 만들려고 한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볼펜을 디자인을 한다. 플라스틱 봉은 어떤 재질로 할 것인지, 지름과 길이는 얼마인지, 색깔은 어떤지, 안에 들어가는 스프링은 어느정도 세기의 스프링을 쓸 것인지, 잉크는 어느정도의 점도를 가지게 할 것인지, 볼펜 끝의 볼은 어떤 규격으로 할 것인지 등등.
그리고 그렇게 볼펜을 만드는 회사를 찾아서 그것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단순해보인다…
그런데 실상을 그렇지 않다.

볼펜회사에서는 금년 11월에 이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볼펜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조건도 가지고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이 개발이 잘 이루어지고, 원하는 규격을 다 맞추기 위해서는 그것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볼펜을 만드는 하청업체 혹은 vender와 부지런히 연락을 하면서 이 과정을 끌고 가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요즘 silicon valley의 회사들은 이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이것을 관장하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vendor가 이것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과정의 자세한 내용까지도 원래의 볼펜회사가 관여를 하게 된다.
그냥 이런이런 볼펜을 만들어 주세요… 하고 그것 나중에 받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도 미주알고주알 control을 하고 manage를 하는 것이다.
이게 요즘 silicon valley 회사들이 많이 하는 방식이다. 자신은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을 마치 거의 자기 회사인양 다루는 거다.

이쪽에 아주 구체적인 것 까지도 control하기로 악명이 높은 회사는 쿠퍼티노의 사과회사이다. ^^
볼펜의 예로 들자면, 볼펜을 조립하는 회사를 control 한다. 그리고 볼펜 플라스틱 봉을 만드는 회사도 control 한다. 게다가 볼펜 플라스틱 봉을 만들때 사용하는 mold 회사도 control 한다. 볼펜 플라스틱 봉에 사용되는 재료 회사도 control 한다. 구체적으로 몇도에서 이 공정을 하는지 그 공정을 +/- 몇도 이내에서 control하도록 요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봉이 섭씨 50도와 -40도에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테스트하도록 요구한다… 정말 끝도 없다.

하다못해 볼펜 하나를 예로 들어도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vendor들을 관리하고 control하는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영혼까지 탈탈 털리도록 micro manage를 하고 관리를 할때가 많다.

사과회사같은 top tier 회사는, 주요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아예 십여명 많게는 수십명이 상주를 하면서 계속해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
그 vendor(하청업체)들은 그렇게 와 있는 원청업체의 직원들을 정말 잘 대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