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10)

하나님 나라의 컨텐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하나님께서 통치하신다는 것이 핵심이겠지만, 실제로 그 구체적인 내용은 살아가는 사람들이 채워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은, 아마도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역사속에서 어떤 순간에는, 그리고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일부, 인종 차별이나 인종에 대한 편견이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가치와 병립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거나 심지어는 기독교적 가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왔다.

그런데 그런 모든 사람이 피부색에 따라 차별받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은 어떻게 이제는 하나님나라의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도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

그것은 세상속에서 진행되어온 사상의 흐름, 과학적 발견 등을 기독교가 바라보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아, 물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개선하는데 기독교가 공헌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런 관점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인종문제에 대한 모든 토론과 연구와 실험과 투쟁등이 이루어졌던 주된 장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벌어진 많은 내용들을 교회가 바라보면서 수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부 자신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수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 복음이 흔들리지 않는 진리라는 사실을 약화시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든든하게 잡고, 그 주변의 것들을 유연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수용하기도 하면서 복음을 더 진지로서 잘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나라의 컨텐츠는, 한번에 주어지는 것이 분명 있지만, 때로, 그리고 매우 많은 부분, 세상과의 소통 속에서 update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하고, 보완되거나 추가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