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나님 사이의 비밀

유난을 떨면서 가까운 친구사이는 물론이고,
함께 오래 살았던 부부사이에도,
그냥 정말 친밀한 사이라면, 그 사이에만 있는 독특한 비밀/정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다못해 회사에서 오래 함께 일한 사람들 사이에도, 그 둘 사이에 나눈 이야기들, 일하면서 알게된 서로의 스타일 등등 그저 둘 사이에만 존재하는 ‘비밀’이 있게 된다.

이게 꼭 둘 사이에서만 꼭꼭 감추어두려고 하는 것이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구구절절 다른 사람들에게 다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기도 하고, 그걸 다 설명해내려면 너무 많은 context를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둘 사이의 ‘비밀’로 남을 수도 있다.

어떤 개인과 하나님 사이에도 그런 비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오래되고 깊어지면 더더욱.

나는 목회자나 설교가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 같이 다른 기독교인들과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하나님과의 비밀의 깊이가 얕아지게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깨닫게 된것, 알게된것을 부지런히 퍼내가며 다 이야기하게되기 쉽기 때문.

그런데,
그렇게 나와 하나님 사이만의 비밀을 다 퍼내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객관화’되어서,
하나님과의 친밀함 자체도 그저 말로 설명하는 수준이 되어버리게 도는 우려가 있다.

내가 여러 social media에서 구구절절 내가 하는 일들을 쓰거나 표현하지 않는 커다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블로그다.
이 블로그에서 거의 매일 하나씩 글을 쓰다보면, 나와 하나님 사이의 그 은밀한 비밀이 이곳에 흘러나오고, 나와 하나님 사이의 친밀함이 얕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