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4)

적어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교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꿈은 교수였다.
그리고 어쩌면 교수가 되는 과정을 그래도 나름대로 잘 밟아왔고 어느정도 성취도 했다.
실제로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교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첫째,
꿈이 없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는 한국도 미국도 모두 (한국은 더 심하지만) 공대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어떤 ‘꿈’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껏 졸업해야 취업에 목매야 하는 상황. 공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좌절이고 절망이 되는 상황, 자신이 좋아하는 공학의 이상을 현실에 다 팔아 넘겨야 살아남는 상황.
내가 교수가 되어, 내가 길러낸 사람들을 그렇게 꿈이 없는 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겠지만… 내가 내 제자들에게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며, 이 연구와 노력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설명해 줄 수 없는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둘째,
적어도 현재 학교에서 하는 소위 ‘뜨는 분야’의 연구는,
지극히 선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멋지게 포장하여 과대 선전하고,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약속하여 연구비를 따고, 그 돈으로 학생들을 고용해서 학생들의 싼 노동력으로 연구 결과를 짜내는.
물론 그렇지 않은 교수님들도 계시지만, 실제로 ‘뜨는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떤 연구와 발명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것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롭게 하는지, 진리를 밝혀내는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들은 그저 조소거리가 되어가고 있고,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얼마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지,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따오는지, 얼마나 많은 publication을 내는지 하는 부차적인 것들을 더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기만이자 무책임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교수가 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교수 지망생들이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로 교수를 하려고 한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엄청난 consequence들을 academia가 짊어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는 정말 교수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미 교수가 되었거나 교수 지망생들도 있고.

적어도, 내게는, 2008년의 context 속에서,
공대교수가 되는 rational들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네번째 이유이다.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