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에서 느낀 것들 (2)

일본 사람들은 참 특이하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과 같은 ‘아시아’사람들이니,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려니 생각하고 대하면 실수를 하기 십상이다.

그중 하나는,
이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빨리’하는 것을 잘 못한다.
대신 한번 해야하는 방법이 주어지면, 그것을 철저하게 잘 따른다.

일본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그저 몇십년씩, 심지어는 그보다 훨씬 더 길게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사실, 일본의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70년대 한국의 모습을 만날때가 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70년대 한국에 남아 있었는데,
그 후 한국에서는 그 모습이 없어진데 반해, 일본에는 그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2차대전 직후의 일본의 모습을 물론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일본의 구석 구석에는 내가 사진이나 영화등에서 보던 옛날 일본의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사람들은 이전 것을 휙~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듯 하다.

일본의 이런 모습은,
내구성이 좋은 일본의 제조업을 키워냈다. 그래서 reliability가 중요한 산업에서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자동차, 기계 등등)

그렇지만,
‘빨리 빨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의 consumer electronics의 경우에 일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 빨리빨리를 잘 하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들이 많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내가 하는 project를 하는데 있어서, 일본의 어떤 회사와 꼭 일을 하고 싶었다.
그 회사의 기술이 워낙 좋고, 내가 이미 그 회사와 관계도 맺고 있어서 함께 일하는데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 회사가 3개월 내에 하겠다고 하는 걸, 이 회사는 1년 반이 걸린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한국 회사가 3개월에 내어놓는 것은 처음에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일본 회사가 1년 반만에 내어놓는 수준에까지 다다르려면 1년 반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한국 회사는 당장 3개월 이내에 무언가를 내어놓고, 거기서부터 improve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일본 회사는 1년 반후에 완벽한 것을 내어놓을 때 까지는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고 하니…
나 같은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 회사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뭔가 바꾸지 않으려는 일본의 문화는,
일본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일본이 10여년전 부터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nimble’ 한 모습이 더 약화되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더 보수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한국이 노령화 되면서… 비슷한 길을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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