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15)

르네상스맨 (한국어로는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하나?)이라는 표현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의 일을 다 할 수 있었던, 다재다능한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런 르네상스맨이 지금도 가능할까.
아주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어서 이야기할수는 없겠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힘들것 같다.
왜냐하면 각각의 분야가 너무 급격히 발전을 해서 그 내용을 이해하는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도 공학을 오래공부했으니,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 정도쯤 되면 물리학에 대해 뭔가 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가끔 책이나 다른 글들을 읽으며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다.
아… 내가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물리학의 지식으로부터 이제는 꽤 많이 더 발전된 것들이 있구나…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조금 더 뛰어난 사람이라면 자신의 전문분야로부터 조금 더 확장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넓은 분야에서 여러 지식과 경험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커버할수 있는 영역이 그렇게 넓지 않다.

잘 알지 못한 채 뭔가 아는척 하면서 이야기하다보면…
똥볼을 차는 경우가 꽤 많다. ㅠㅠ
(이런거 요즘 정말 많이 보게되지 않은가!)

가령 예를 들어서…
나는 그냥 엔지니어다. 엔지니어중에서도 요즘 많이 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아니고, 어떤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만 형성되는 논리도 있고, 문제도 있는데… 그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잘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또, 내가 하는 일이 medical device를 만드는 일이다보니,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들과 접촉할 기회들이 조금 있는데, 이 분들은 또 사고방식이 나 같은 엔지니어와는 아주 다르다!

그러니, 예를 들면 예술가, 음악가, 육체노동자, 유치원 교사, 역사학자 등과 같이 내가 살면서 많이 접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과는 얼마나 사고방식이 다르겠는가.

문제는 이 세상은 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고,
세상은 (정치, 기업, 경제, 문화)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복잡한 것을 그래도 꾸역꾸역 해석해가며, 분석해가며, 이용해가며, 그 속에서 살아남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지 못하면 그 사람들은 도태되니까. 생존을 위해서라면 죽어라고 힘들지만 그걸 해야하는 거다.

그런데 교회는 그러지 못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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