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1)

예전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었다.

하는 일에 애착도 가지고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랄까 그런 것도 많이 경험했다.

그 속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때로 실패하고 때로 성공하면서 성장해가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갑자기 다른 회사로 가게 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좀 쓰긴 했지만, 앞으로 몇번의 글을 통해서 최근 내 직장 변경에 따른 여러가지 이유와 생각들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background로,

이전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들을 좀 정리해보면 좋겠다.

9월초, A 사의 recruiter가 연락을 해왔다. 관심이 있느냐고.

그 당시 내가 일하던 P 사 상황은, 10월 말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고,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망설이다가… 내 resume를 보냈다. 그리고는 거의 바로 전화 인터뷰를 했고, onsite 인터뷰를 바로 하게 되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 lab director에게만, A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틀 후,

P 사로 보아서는 중요한 meeting 하나가 9월 세째주에 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회사를 살리려는 다른 노력을 계속 한다고 하더라도, 10월말 이전까지 성공적으로 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을지 하는 것은 불확실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lab director는 그 meeting 직후에 나만 따로 불러서는…

그 A사 인터뷰 네가 놓아 버리지 말고 진행하면 좋겠다. 지금 우리 상황이 이러니… 

내일 우리 그룹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announce하고 각자 job을 찾도록 encourage 해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It’s done. 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와 lab director가 정말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회사 정원 돌 위에 둘이 앉아서 땅만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영화처럼 생생하다.

결국 우리 그룹 사람들에게, 

회사를 살리는 노력을 계속 하기는 하겠지만, guarantee 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능한대로 각자 job을 찾는 노력을 시작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함께 했던 사람들중, 다른 job을 그 기간안에 찾은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job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게 나만 뭐 잘나서 그런게 아니고, 나도 역시 A 사에서 먼저 연락온 것 말고는 따로 apply 한 곳들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결국 9월 마지막주에 A사로부터 verbal offer를 받았고 나는 대충 그 range라면 offer를 accept할 의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곧 formal offer를 받았고, 나는 그 offer를 accept 했다.

그런데, 10월 둘째주 경에, 색다른 break-through가 기존의 P 사에 생겼다. 꽤 장기적으로 business를 진행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결국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P 사에 남게 되었다. 허걱…

만일 P 사가 망한다면, 내가 마지막까지 남게되는 사람일 것이라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P 사를 떠나게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A 사에 다시 이야기를 해서, offer accept 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들에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다.)

A 사에서는, 매우 aggressive하게 일을 진행시켰고,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반면 기존에 있던 P 사에서는, 10월말까지 끝내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걸 내가 좀 마무리하고 가주었으면 하고 부탁을 해주었고.

결국 나는 10월 31일까지 일하고, 이틀 쉬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는 일정으로 transition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일 적응하기

지금 내가 새롭게 시작한 일은,

기존에 내가 하던일과 꽤 많이 다른 분야의 일이다.

사실 내가 무슨 일을 하게될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 이 회사 offer를 accept 하자마자 바로 하는 일이 무언지 얘기를 해달라. 그러면 미리 좀 준비하고 공부하고 가겠다고 몇차례 이야기를 했었는데…

워낙 이 회사에서는 비밀/보안 뭐 그런게 중요해서인지, 내가 무슨 일을 하게될지 철저하게 함구하고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보니…

허걱…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종류의 일이…

게다가 사람들이 다들 워낙 바빠서, 내가 한사람을 단 10분 정도만 붙잡고 뭘 물어볼만한 여유가 없다.

1-2분 안에 물어보고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니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도 meeting schedule을 정식으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뭘 물어볼 시간이 사실상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는 웬만하면 모든 말들이 다 code화 되어있다. 워낙 회사가 비밀/보안을 중요하게 여겨서 여러 자료들이 누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아마 실제로 회사 문서가 유출이 되더라도 웬만하면 그거 해독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다.

가령, 어느 두 사람의 대화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Can you give me an update on B3U723?”

“Sure. The major issue is BTRS. It may be fixed by applying RUH, but FQP says RUH is not available until the ETC of FF886. This is a strong indication of CXM. So we are trying to have Tom working on this and the ETC is EOD Thursday.”

(참고로, 위에 쓰인 각종 code들은 다 ramdom으로 만든 것들이다. ㅋㅋ)

음…. 음…. 이게… 분명히… 음… 분명히 영어인데….

아마 이 사람들이 러시아어로 얘기했다 하더라도 내가 이해하는 정도는 비슷했을 것 같다. 쩝. -.-;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을 좀 배워보려고 미팅도 따라다녀보고 사람들 대화도 주목해서 들어보고 해도…

완전히 암호 해독을 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가 notepad에 일종의 암호 해독표를 만들어가며 jargon들을 배워가고 있다.

완전히 탐정이 된 느낌이다.

그나마 약간씩 몇사람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일에 대한 것을 좀 알게 되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생소한 것이 많다.

두주가 이제 거의 다 지났다.

그래도… 아직은 갈길이 참 멀다.

새로 배워야하는 software들도 많고, 장비들도 새로 익혀야하고…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 여러 복잡한 관계들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힘든건 우리 회사 내에서 interact하는 50명 정도 되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match 시켜 외는 것 말고도… 여러 ‘vendor’들의 중요한 사람들의 이름과 각 회사의 조직도를 숙지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 vendor들은 ‘다른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게 참… 만만치 않다. -.-; 일주일만 지나면 받은 명함이 수북하게 책상에 쌓인다.

잠깐 미팅에 들어가서 10명 일본사람 만났는데… 끝나고 나서 그 사람들 이름과 하는 일들, 직위 등을 대충 기억해야 하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

처음 들어올때, 

2-3주 내에 어느정도 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적응해서 ramp-up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음…. 이런 추세라면 거의 연말까지는 이렇게 가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제자리 잡기

나는, 

삶을 쳇바퀴 돌듯 맞추어 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detail까지도 습관으로 만들어 놓는 편이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늘 같은 아침을 먹고,

늘 같은 옷을 입고,

늘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늘 같은 스타일로 운동하고,

늘 같은 스타일로 아침 경건의 시간을 갖고,

늘 같은 스타일로 일하다가,

늘 같은 시간에 퇴근해서,

늘 같은 저녁 시간을 보내는…

뭐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새 직장에 오니,

그게 다 깨졌다. -.-;

언제 일어나서 언제 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점심을 먹고, 언제 운동을 하고, 아침 경건의 시간은 언제 어디에서 하면 좋은지…

등등이 정해지지 않아 매일 조금씩 다른 format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게 영… 불편(?)하다.

많은 것을 짧은 하루에 구겨넣다보니,

아무래도 이차적인 것들은 ‘루틴’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효율적이 되는 key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아직 루틴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지 않으니 영….

이것들을 빨리 최적화(optimize)해서, 최대의 효율을 내는 system으로 만들어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 하지만…

반면 이런 것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이런 시기에 더 생각하고 경험하고 묵상해야 할 것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자리를 잡기 전에, 무슨 생각과 경험을 해야하는 걸까.

 

옷 입는 것도…

새 직장에서는,

미팅이 정~말~ 많다.

이 미팅이라는게, 그냥 같은 팀 사람들끼리 하는 그런 미팅이 아니라 (그런 것도 물론 있지만)

다른 회사 사람들, 혹은 회사 내의 다른 팀 사람들과 하는 미팅들이 대부분이다.

그중 어떤 것은, 가보면…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멀리까지 와서 하는 미팅도 있는데,

이 사람들은 옷을 꽤 잘 갖추어 입고 오는 경우도 많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사람들이 아주 옷을 막 입지는 않는다.

특별히 좀 비중있는 미팅이 있다 싶은 날이면 약간 더 신경을 써서 옷을 입는 것도 볼 수 있다.

이전 직장에서는, 

반바지 입고 맨날 일하는 우리 lab director를 비롯해서…

그야말로 막 입기 경쟁이라도 하듯 뭐 그런 분위기 였는데…

이 새 직장에서는,

내가 기존에 입던….

목 늘어난 티셔츠, 구멍난 폴로 셔츠, 오래입어 뒷주머니에 구멍난 싸구려 청바지…

이런건 입고 회사 가기가 좀… 머시기 하다. -.-;

내 아내가 그래서 지난 주말에…

내가 혼자 산다면 결코 사지 않을 옷가게에 가서 내 옷을 몇벌 사왔다.  

(사과와는 다른… 긴~ 과일 이름이 들어간 옷가게 ㅎㅎ)

이건 사실 내 아내로서는 꽤 용기있는 사랑의 행동이었다. ㅎㅎ

왜냐하면, 나는 내 옷에 돈쓰는 것에 대해 아주 불쾌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옷 사준 사람이 무안해지는 상황을 잘 연출하곤 하기 때문이다. 

옷을 사주더라도 잘 입지도 않고… (그래서 아내에게 사실 많이 미안하다. 쩝.)

아.. 이젠…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버려야할 때가 된 것일까.

NYCP

지난달 말 L.A.에서

K 공동대표 모임이 있었다.

모임 잘 끝났고, 좋은 분들 만났고, 좋은 대화 나누었는데….

거기서 DK가 뜬금없이, 내 블로그에다가 nycp 프로모션 비디오를 올려달라고 우겨(?)댔다.

그러면서 여기가 그래도 독자가 꽤 있다나?

내가 그랬다.

아니… 세상에 이런 변방에 있는 블로그에 프로모션 띄운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이거 블로그 몇사람이나 본다고.

그래도 뭐 막무가내다. 

무조건 이 블로그에 비디오 올리라는 거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얘기하고 돌아왔는데,

새로운 직장 시작하는것과 관련해서 하도 정신이 없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주말 문득 그게 다시 생각났다.

그래… 숙제하는 마음으로 올리자…

그렇게 하려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래도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동역자이자 친구이자 형제인 DK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일인데…

그리고, 그거 참 가치있고 소중한 일이라고 나도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이 일이 잘 되기를… 사실 나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뭐 그런 생각들이 막 들었다.

이게 밀린 숙제 할 일이 아니구나.

내가 오히려 열심히 홍보할 일이구나. ^^

이 블로그이 몇명 안되는 독자 여러분!

NYCP… 참 멋집니다.

아래 promotion video 꼭 봐주시고, 입소문 내주시고, 가능하시면 꼭 한번 가서 멋진 음악도 감상해보십시오.

예전에 서울신문에서 인터뷰한 기사도 여기에서 찾아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힌국경제 인터뷰 기사도 (DK가 이걸 꼭 올리라고 이메일해줬습니다. ㅋㅋ)

[NYCP] New York Classical Players – promotional video from New York Classical Players on Vimeo.

두번째 주를 시작하며 몇가지 생각 정리

첫주를 새 직장에서 보내면서… 

몇가지 impression은 이렇다.

1. 꼭 Kansas City Royals같은 팀에서 New York Yankees 같은 팀으로 trade된 선수와 같은 느낌이다. -.-;

예전에는 몇백불 필요한거 살때도 손을 벌벌 떨며 이걸 꼭 해야되나… 뭐 그런걸 따져야만 했는데, 이제는 그 액수가 완전히 비교가 되질 않는다.

2. 이른 아침부터 저녁 8-9시까지 매일 일하는데, (그것도 안바쁠때…) 사람들이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시간이나 식사를 할 시간도 없이 일한다. 

아주 바쁜 경우에는, 미팅 룸에서 다음 미팅룸으로 옮겨가는 30여초 동안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을 무엇이건 쳐 넣으며 이동할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은 그런 일을 맡지는 않았으므로, 매일 회사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luxury를 누린다. ㅎㅎ)

내가 지난 두달간 주고받은 text message를 다 합쳐도, 지난 일주일한 회사 사람들과 주고받은 text message의 절반도 안된다.

3. 그런데 사람들이 적어도 겉보기에는 놀랄만큼 nop-aggressive 하다! 아주 nice하다고 할까.

4. 같은 부서에서, 지난 25년동안 만나지 못했던 대학 1년 후배를 만났다. ^^

대학때 IVF활동을 열심히 했던 친구였는데… 수염을 길러서 알아보질 못했다.

그런데 막상 바빠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기회도 없었다.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하나님 나라에 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지 한번 밥이라도 먹으며 얘기하고 싶은데… 시간이 날른지.

5. 그리고, 와보니… 생각보다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여기 저기 많다! ㅎㅎ

위에서 쓴 대학 후배도 그렇지만, 예전 직장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여기 와 있는 사람도 있고, 코스타 조장했던 자매도 있고 (물론, 이 자매는 이 회사 다니는거 알고 있었지만), 기타 일하면서 알게된 사람들이 여기 저기 꽤 있다.

6. 예전엔 내가 돌아다니며 굽신거릴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굽신거린다.

돈의 힘은 무섭다.

그리고… 그 돈의 힘을… 내 힘이라고 착각하면 금새 망가지기 십상이겠다.

7. 일 시작하기 전에는

excited : 80%, worried 20% 쯤 되었다면,

지금은

excited 75%, worried 25% 쯤 된다.

실제로 와서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음…. 뭐랄까…. extreme 이다.

8.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소화할 만한 시간과 여유를 찾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9. 여긴 정말 무서운 회사다.

배우기로 작정하면 무지하게 많이 배울 수 있고,

삶의 다른 모든 영역을 다 포기한채 일에 매달리겠다고 하면 그것에는 limit이 거의 없어 보인다.

반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며사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challenging해 보인다.

성장의 기회도 엄청나게 크고, 망가질 유혹도 무지막지하게 크다.

10. 어쨌든…

이리저리 따져서…

나 같은 사람에게 잘 맞을수도 있는 회사인 것 같다.

많이, 많이,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가꾸어 나가야 하겠지만.

1st week

새 직장에서의 첫주를 그럭저럭 지냈다.

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눈치보는데 보냈고 ^^

한편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 exciting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겁이 나거나 frustrated 되기도 했는데…

내가 무언가 큰 짐을 짊어지고 세상을 바꾸어야하는 임무를 받은 것 같이 행동하지 말고,

작은 것에도 성실하게 임하고, 진실하게 대하고, 

겸손하게 배워나가는 자세를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뭔가 근질근질해서… 잘 안된다. ㅋㅋ)

음…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이번 주말에는 이 동네의 한 그룹의 수련회에서 ‘직장생활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 두번에 나누어 이야기를 하기로 약속을 했다.

이번주를 지내면서, 그 내용을 얼마나 머리속에서 많이 update했는지 모른다.

나도 이렇게 ‘해답’을 가지지 못한채 ‘과정’중에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사실 많이 들었지만…

어쩌면 그런 자세가 새 직장에서 첫주를 지내는 내게, 주말에 후배들에게 직장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는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행이다?

어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나는 처음부터 오바마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이유는,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장이, 미국의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의 견해보다는 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의 견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 이지만, 미국에서도, 보수 기독교인들과 보수 정치세력간의 ‘결합’이 약화되지 않으면 보수주의자 이외의 대중이 복음으로부터 멀어지게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그렇고,

한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된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고…

당시 상황으로 보면 기독교인들이 세를 과시하며 자신들의 agenda를 이루어간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나는 결국 미국과 한국의 그 두명의 대통령의 탄생과 몰락이 이 두 나라에서 보수 기독교의 몰락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여러가지 동성결혼 반대 입법운동들을 보수 기독교인들이 전개한 것은,

‘관에 못을 박는’ 것과 같이…

몰락해가는 보수 기독교에 스스로 결정적인 자살골을 넣은 case라고 나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렇게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얻는 보수 세력의 몰락은, 그 결합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정치적 진보, 중도, 자유주의자 등등은 절대로 예수를 믿을 수 없을 것과 같이 되어 있는 이 상황,

예수를 믿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보수정당의 정책에 동의해야 한다고 여거지고 있는 이 상황이,

이번의 선거 결과를 통해서 좀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역시 같은 관점으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도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