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에…

911 이후 미국은 거의 정서적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에 살고 있던 내게도 그 충격이 대단했는데, 애국심이 투철한 미국인들은 오죽 했으랴.

그 이후,
WMD가 있다면서 이라크를 공격하자는 의견이 나왔을때,
미국의 의회는 압도적으로 그 전쟁을 지지했다.
미국의 여론 역시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압도적 여론도, 의회의 결의도 모두 착오였음이 드러났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위 ‘just war’ theory에 따르면 성립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미국민들에게 있던 정서적 공황상태, 분노 등이 적절하지 못하게 인도된 것이었다.

아랍의 무슬림들이 왜 그렇게 미국을 증오하는지, 그 원인에 대한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거의 아랍권 무슬림 전체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기라도 하겠다는 nonsense가 정당화되는 분위기였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조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들으며…
무엇이 북한을 그토록 코너에 몰아넣었는지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있기를 기도한다.
전쟁과 대립이 아닌 평화를 추구해야한다는, ‘인기없는’ 목소리가 그리스도인들에게서 나오길 기도한다.
북한의 정권이 악한 정권인 것도 맞는 말이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규탄받아야할 일인 것도 맞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이나 탈레반이 악한 것도 맞는 말이고, 911 공격은 규탄받아야할 일인것 처럼)

그렇다고 무작정 감정적으로, 무력으로, 폭력으로, 전쟁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우려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지금 들고 있는 것과 마찬 가지로.)

평화는,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상의 전략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가 아닌 다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라는 스탠리 하우어워즈의 말을 깊이 되새겨본다.